花吟 화음
世人徒識愛看花 세인종식애간화
不識看花所以花 불식간화소이화
須於花上看生理 수어화상간생리
然後方爲看得花 연후방위간득화

꽃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꽃을 겉모양만 좋아하고
어떻게 꽃이 되었는지는 볼 줄을 모르네
모름지기 꽃에서 생명의 이치를 보아야 하니
그래야 바야흐로 꽃을 제대로 보는 거라

*조선사람 박상현(朴尙玄, 1629~1693)의 시다. 꽃을 보는 마음에 공감하는 바가 있어 옮긴다.

꽃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벗들의 마음이 오고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각기 제 눈으로 보기에 담긴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그것이 대수랴.

꽃을 넘나드는 마음자리에 꽃향기로 채워지는 이치를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아는지라 그것이면 된 것이지ᆢ.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얼레지
봄 숲속의 여왕이다. 추위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봄기운에 익숙해질 무렵 숲에서 춤추듯 사뿐히 날개짓하는 꽃을 만난다. 한껏 멋을 부렸지만 이를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햇볕 따라 닫혔던 꽃잎이 열리면 날아갈듯 환한 몸짓으로 이른 봄 숲의 주인 행세를 한다. 꽃잎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과한듯 싶지만 단정함까지 있어 우아함도 느껴진다. 숲 속에서 대부분 무리지어 피니 그 모습이 장관이지만 한적한 곳에 홀로 피어있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넓은 녹색 바탕의 잎에 자주색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가 얼룩덜룩해서 얼룩취 또는 얼레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씨앗이 땅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7년 이상 자라야만 꽃이 핀다고 하니 기다림의 꽃이기도 하다.

올해는 흰색으로 피는 얼레지가 풍년인가 보다. 여기저기 꽃소식이 난리도 아니었다. 매년 보던 곳은 건너 뛰고 새로운 곳에서 벗들과 함께 봤다.

뒤로 젖혀진 꽃잎으로 인해 '바람난 여인'이라는 다소 민망한 꽃말을 얻었지만 오히려 꽃이 가진 멋을 찬탄하는 말이라 여겨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큰괭이밥
핏줄처럼 선명한 줄무늬가 돋보인다. 다소곳한 모습도 은근하게 주목하게 만들고 색깔도 순해서 좋다. 이르게 피는 다른 봄꽃들에 비해 요란하게 꾸미지 않았으면서도 은근히 매력적인 그 순수함에 흠뻑 빠지게 되는 꽃이다.
 
괭이밥이라는 이름은 고양이 밥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고양이가 먹는다고 한다. 큰괭이밥은 괭이밥보다 잎이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은 4~5월 흰색으로 피는데, 꽃잎 가운데 붉은색 줄이 여러 개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큰괭이밥은 괭이밥과는 달리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시들 무렵 잎이 올라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에는 괭이밥속에 포함되는 종류로 애기괭이밥, 큰괭이밥, 괭이밥 세 가지가 있다. 흔히 사랑초라고도 불리우는 괭이밥의 '당신을 버리지 않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월의 숲'
호흡이다. 길고 짧은 매 순간마다 틈으로 교감하는 일이다. 오랜 시간 준비한 생명이 빛과 만나 새로운 세상을 연다. 말하지 않고도 모든걸 말해주는 힘이다. 마음이 스스로의 빛을 밝히기 위함이다.

겨울의 잔재가 아직은 남아 있는 칙칙함 속에서 볕의 위용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발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숨을 쉬면서 이미 숲에 적응된 눈을 가만히 들어 숲의 속살로 파고드는 햇살을 따라간다. 시선이 멈추는 곳에 꿈틀대는 생명의 몸짓을 본다.

볕을 가득 안고 돋아나는 새순은 붉거나 연초록의 연약하기 그지없지만 무엇보다 강한 생명이 가지는 힘의 증거이기도 하다.

눈맞춤, 나무를 사이에 두고 햇살과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때론 스스로를 잊어버리는 몰입의 때이기도 하다. 이 경험이 주는 환희가 있어 생명의 꿈틀거림으로 요란스런 봄 숲을 찾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봄의 숲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가슴을 펴고 설렘으로 다가올 시간을 마주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힘을 발휘한다. 알든모르든 모든 생명이 봄앓이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 산에 피는 산벚꽃으로 봄이 익어가듯 사월의 숲에서 나의 봄앓이도 여물어 간다.

순하디 순한 이 순간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현호색
비교적 이른 봄의 한때를 숲의 주인 자리를 누린다. 여리디 여린 몸에 비해 제법 큰 꽃을 여러개 달고 있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 당당함이 오히려 기껍다.

갈퀴현호색, 댓잎현호색, 들현호색, 왜현호색, 점현호색 등 꽃의 색도 잎의 모양도 다양하여 제 각각 이름이 있으나 구분이 쉽지 않다. 비슷한 시기에 피는 산괴불주머니나 자주괴불주머니와 혼동하기도 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21 가지가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현호색玄胡索이란 이름은 씨앗이 검은 데에서 유래한다. 모양이 바다의 멸치를 닮았다고도 하고 서양에선 종달새의 머리깃과 닮았다고 보기도 한다.

다른 초본식물이 새싹을 내기전에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 이쁘다. 숲에서 만나는 귀염둥이 중 하나다. '보물주머니'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