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숲'
호흡이다. 길고 짧은 매 순간마다 틈으로 교감하는 일이다. 오랜 시간 준비한 생명이 빛과 만나 새로운 세상을 연다. 말하지 않고도 모든걸 말해주는 힘이다. 마음이 스스로의 빛을 밝히기 위함이다.
겨울의 잔재가 아직은 남아 있는 칙칙함 속에서 볕의 위용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발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숨을 쉬면서 이미 숲에 적응된 눈을 가만히 들어 숲의 속살로 파고드는 햇살을 따라간다. 시선이 멈추는 곳에 꿈틀대는 생명의 몸짓을 본다.
볕을 가득 안고 돋아나는 새순은 붉거나 연초록의 연약하기 그지없지만 무엇보다 강한 생명이 가지는 힘의 증거이기도 하다.
눈맞춤, 나무를 사이에 두고 햇살과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때론 스스로를 잊어버리는 몰입의 때이기도 하다. 이 경험이 주는 환희가 있어 생명의 꿈틀거림으로 요란스런 봄 숲을 찾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봄의 숲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가슴을 펴고 설렘으로 다가올 시간을 마주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힘을 발휘한다. 알든모르든 모든 생명이 봄앓이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 산에 피는 산벚꽃으로 봄이 익어가듯 사월의 숲에서 나의 봄앓이도 여물어 간다.
순하디 순한 이 순간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