澹掃蛾眉白苧衫 담소아미백저삼
訴衷情語鶯呢喃 소충정어앵니남
佳人莫問郞年幾 가인막문낭년기
五十年前二十三 오십년전이십삼

흰 모시 적삼 입고 눈썹 곱게 단장하고
소근소근 이야기 하는 마음 속 정스럽네
어여쁜 사람아 내 나이 묻지를 마오
오십년 전에는 스물 셋이었다오

*조선사람 자하(紫霞) 신위(申緯)의 시다. 시, 서, 화 삼절로 일컬어진 문신이고 화가이며 서예가다.

자하 선생 73세 때인 어느날 서울 남쪽에 사는 어떤 젊은 여인이 찾아와 노년의 선생 돌보기를 자청하였다. 외모뿐만 아니라 매우 영민하고 글도 깨우친 재덕을 겸비한 여인이었다고 한다.

자하 선생은 자신의 연로함을 들어 이 여인의 청을 정중히 사양하고 이 시를 써 주었다고 한다. 그 여인은 변승애(卞僧愛)란 기생이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또 다른 시를 찾아본다.

奉虛言 봉허언
向儂思愛非眞辭 향농사애비진사
最是難憑夢見之 최시난빙몽견지
若使如儂眠不得 약사여농면부득
更成何夢見儂時 갱성하몽견농시

거짓인 듯 믿어주오
날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말 사실이 아니니
꿈 속에 나 봤다는 말은 정말로 믿기 어려워라
만약에 나 같은 사람 잠들어 못 보았다면
어느 꿈속에서 나를 볼 때가 다시 있으리오

*꽃을 보기 위해 지리산 높은 곳을 쉬엄쉬엄 올랐다. 혼자 나선 길이고 바쁠 것도 없기에 꽃 찾아 두리번 거리는 것은 눈 만은 아니다. 왕복 7시간의 먼 길이 버겁지가 않았다.

눈 앞에 놓인 꽃을 두고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등산객들의 번잡함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꽃을 온전히 누리고 싶은 마음이 앞서 때문이다.

이 꽃이 참기생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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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제비란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엔 특별한 꽃들이 핀다. 난초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그 주인공이다. 종류도 많고 높은 산, 그늘진 숲이나 습지 등지에 숨어 살기에 쉽게 만나기 힘든 대상들이다.

처음 보는 순간 쪼그려앉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사진 찍는 것도 잊은 채 요리보고 저리보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눈맞춤 하고서야 겨우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연한 홍색으로 피는 꽃 색깔도 매혹적인데 자주색 점까지 찍혀 더 눈길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입술모양 꽃부리가 독특하다. 하얀색으로 피는 것은 흰나도제비란이라고 한다.

독특한 모양에 색깔, 앙증맞은 모습 모두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렇게 독특하니 관상 가치가 높아 훼손이 많단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먼길 마다하지 않고 발품팔아 꽃을 보러가는 이유가 꽃을 보는 동안 스스로를 잊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것 때문일 것이다. 금강애기나리와 함께 이 꽃도 톡톡히 한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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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내 안에 숨은 꽃]

‘거문고, 내 안에 숨은 꽃’의 의미는, 양귀자의 소설 ‘숨은 꽃’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미리 밝힌다.

지친 神이 돌아오는 자리 ‘귀신사’에서 만난 인연, 그리고 힘겹게 찾아 헤매었던 꽃 한송이는 바로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울려나오는 ‘진실한 목소리 ‘였다.

우리들에게 진실함을 간직한 ‘숨은 꽃’은 먼 곳이 아닌 저마다의 마음 안에 있다.

동서양의 수많은 음악과 악기들이 어지러이 펼쳐지는 오늘날, 우리 국악에 있어서 모래더미에 파묻힌 그 진실된 소리는 바로 거문고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낮아야 할 땐 낮음음으로, 높아야 할 땐 높은음으로 세상 어느 소리와 함께여도 오랜세월 묵묵하게 길잡이가 되어준 거문고는 ‘내 안의 숨은 꽃’이다.

1. 육자배기 | 끝없는 기다림 (Title)
2. 한오백년 | 만남, 그 밀물 같은 기억
3. 상주아리랑 | 미로, 그 헤매인 날들
4. 뱃노래 블루스
5. 매화, 피고 질 때에
6. 거문고와 피아노를 위한 뱃노래 판타지
7. SONG OF SILENCE 침묵
8. 거문고 산조, 내 안에 숨은 꽃 | 그 변치 않을 마음

거문고 권민정 작곡, Piano 송지훈, Percussion 박천지, 베이스 김성수, 드럼 최요셉, 바이올린 조아라, 비올라 안지원, 첼로 최정욱

*권민정
사)아리랑심포니오케스트라고창 대표
정읍초산음률회 회원
고창줄풍류보존회 대표
권민정의 거문고술대질 대표
연세대학교 미래연구원 한국음악과 책임강사
사) 동리문화사업회 사무총장 및 음악감독

*가만히 반복해서 듣는다. 거문고 가락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다 보니 어느사이 한없이 풀어진다. 넉넉함, 여유로움이 스미듯 차오른다.

귀한 마음 고맙습니다.

https://youtu.be/AeoX5_iUE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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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괴불나무
돌계단을 오른다. 힘든 길은 아니지만 천천히 걷는 것은 중간쯤 있는 나무를 보기 위함이다. 눈 밝은 이가 귀한 나무라며 알려준 자리에서 늘상 반겨주지만 매번 같은 모습은 아니다. 때를 달리해서 만나기 때문이다.
 
누구는 지리괴불나무라고도 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알아낸 것이 각시괴불나무로 보여진다. 자세한 것이야 따지고 들어가야 더 알 수 있겠지만 여기서 멈춰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만남에선 노랑꽃이 한창일 때다. 두개의 꽃대가 솟아올라 다정하게 꽃을 피웠다. 그것만으로도 이쁜데 나뭇잎과 어울리는 노랑색의 조화가 더 좋다. 잎이나 꽃대의 털 유무는 살피지 못했으니 다음을 기약할 이유라고 하면 될까.
 
숲은 이미 키큰나무들이 하늘을 가린 때이므로 풀이나 키작은나무들이 햇빛을 받기는 쉽지 않다. 부는 바람 덕에 빛받아 더욱 빛나는 꽃과 눈맞춤이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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看山 간산
倦馬看山好 권마간산호
執鞭故不加 집편고불가
岩間纔一路 암간재일로
煙處或三家 연처혹삼가
花色春來矣 화색춘래의
溪聲雨過耶 계성우과야
渾忘吾歸去 혼망오귀거
奴曰夕陽斜 노왈석양사

산을 구경하다
게으른 말을 타야 산 구경하기가 좋아서
채찍질 멈추고 천천히 가네
바위 사이로 겨우 길 하나 있고
연기 나는 곳에 두세 집이 보이네
꽃 색깔 고우니 봄이 왔음을 알겠고
시냇물 소리 크게 들리니 비가 왔나 보네
멍하니 서서 돌아갈 생각도 잊었는데
해가 진다고 하인이 말하네

*조선 사람 김병연(金炳淵, 1807~1863)의 시다. 김삿갓으로 더 유명하다. 그의 행적을 생각하면 짐작되는 바가 있다.

허망함을 다독일 방법을 찾지 못한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전과 후의 모습이 선명하다. 함께한 시간보다 더 긴 호흡이 필요하리라.


먼 산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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