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또리 저 귀또리 어여쁠사 저귀또리

지는 달 새는 밤에 절절(節節)이 슬피 울어 사창(紗窓)에 여윈 잠을 살뜰이도 다 깨운다

네 비록 미물(微物)이나 무인동방(無人洞房)에 내 뜻 알기는 너뿐인가 (하노라)

https://youtu.be/M8m2qwVM114

*병와가곡집에 나오는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다. 임을 그리는 여인의 마음을 담았다고 하나 어찌 여인만이 임을 그리워할까. 국어교고서에도 실렸다는데 언제적인지 내 기억에는 없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조순자 선생님이 알려주신 덕분에 찾아본다. 음원을 찾다가 발견한 선생님의 스승님이라는 홍원기 선생님의 남창가곡으로 거듭 반복해서 듣는다.

귀뚜라미 소리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더욱 애잔해지는 시절이다. 어디 숨었는지 모습을 찾을 수가 없어 우는 소리에 더 주목하게 된다. 깊어가는 계절 만큼이나 깊숙히 스며드는 가을밤의 정취에 썩 잘 어울린다.

속내를 풀어내기는 귀뚜라미 뿐만은 아닌가보다. 흰독말풀도 하얗게 세어버린 속내를 풀어내는 중이다. 귀뚜라미나 흰독말풀이나 임을 그리워하는 당신이나 기울어가는 달이 건네는 위로가 더욱 따뜻한 밤이 될듯 싶다.

가을엔 심장의 울림에 귀기울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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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속)
특정한 꽃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여느 여름날 초등학생인 아이의 손을 잡고 지리산 칠불암에 올라 한적한 경내를 거닐다 언덕바지에 핀 상사화를 만났다. 그후로 여름이 끝나는 무렵이면 칠불암과 함께 떠오르는 꽃이다.
 
터전을 이곳으로 옮기고 나서 여러 종류의 상사화를 모았다. 각기 다른 색깔로 피며 특유의 느낌을 가진 꽃들이지만 몇몇은 구분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다양한 사연이 담긴만큼 하나하나가 특별하다.
 
한창 더울때 피는 상사화부터 구분이 쉽지 않은 붉노랑상사화과 진노랑상사화, 흰색의 위도상사화, 짠물 건너온 제주상사화와 매혹적인 붉은색 백양꽃 앞서거니 뒷서거니 피고 진다.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달려 있을 때에는 꽃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 다는 의미로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따지고보면 무릇 처럼 비슷한 식물이 있지만 유독 상사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늦거나 빠르다는 것은 사람의 기준이다. 꽃은 제 순리대로 알아서 핀다. 가장 늦은 흰색의 꽃무릇이 지면 꽃 따라 사람들 가슴에도 가을 바람처럼 그리움이 일렁일 것이다. '순결한 사랑'이라는 꽃말에 깃들 서늘함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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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가을

우주의 어떤 빛이 창앞에 충만하니
뜨락의 시린 귀똘이들 흙빛에 몸을대고
기뻐날뛰겠다

*이시영 시인의 시 "가을"이다. 일렁이는 가슴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귀똘이들 만의 가을은 아닌 것.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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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득심以聽得心'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으로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마음을 얻기 위해 귀 기울인다는 것의 본 바탕은 공존共存에 있다. 홀로 우뚝 서 자신만을 드러내기 보다는 곁에서 함께 한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이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때 가능해지는 일이며, 너그러운 마음 자세를 관용寬容이라 한다.

관용에는 네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는 것'
두번째는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
세번째는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것'
네번째는 '나와 다른 것과 함께하는 것'이다.

자신의 장점을 모르면 세상살이가 팍팍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신만의 맛과 멋을 다른 이와 더불어 누릴 수 있다면 모두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얻고자 하는 근본 바탕은 공존이 있고,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그 시작이다.

늦둥이 능소화가 담장을 넘어오는 가을바람에 귀기울이고 있다. 벗과 함께하니 예전에는 듣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으리라.

이 가을엔 나에게 오는 이의 심장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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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바위취'
남덕유산을 오르는 지친 몸을 환영이라도 하듯 반짝거리던 모습으로 처음 만났다. 이후 가야산과 덕유산 향적봉 정상 바위틈에서 만나면서 반가움으로 눈이 반짝인다.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꽃으로 핀 듯하다. 유독 작으면서도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 모양이 꼭 그 별을 닮았다. 하얀 꽃잎 사이에 꽃술도 나란히 펼쳐진다. 험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피어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바위취는 바위에 붙어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바위취는 작은 바위취라는 뜻이라고 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비슷한 종류로 바위떡풀이 있는데 잎이 심장형인 것과 꽂 모양이 다르다.
 
높은산 그것도 바위에 붙어 살면서도 이쁜 꽃을 피우기까지 그 간절함을 귀하게 보았다.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로 그 수고로움을 대신 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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