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또리 저 귀또리 어여쁠사 저귀또리

지는 달 새는 밤에 절절(節節)이 슬피 울어 사창(紗窓)에 여윈 잠을 살뜰이도 다 깨운다

네 비록 미물(微物)이나 무인동방(無人洞房)에 내 뜻 알기는 너뿐인가 (하노라)

https://youtu.be/M8m2qwVM114

*병와가곡집에 나오는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다. 임을 그리는 여인의 마음을 담았다고 하나 어찌 여인만이 임을 그리워할까. 국어교고서에도 실렸다는데 언제적인지 내 기억에는 없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조순자 선생님이 알려주신 덕분에 찾아본다. 음원을 찾다가 발견한 선생님의 스승님이라는 홍원기 선생님의 남창가곡으로 거듭 반복해서 듣는다.

귀뚜라미 소리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더욱 애잔해지는 시절이다. 어디 숨었는지 모습을 찾을 수가 없어 우는 소리에 더 주목하게 된다. 깊어가는 계절 만큼이나 깊숙히 스며드는 가을밤의 정취에 썩 잘 어울린다.

속내를 풀어내기는 귀뚜라미 뿐만은 아닌가보다. 흰독말풀도 하얗게 세어버린 속내를 풀어내는 중이다. 귀뚜라미나 흰독말풀이나 임을 그리워하는 당신이나 기울어가는 달이 건네는 위로가 더욱 따뜻한 밤이 될듯 싶다.

가을엔 심장의 울림에 귀기울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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