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이다.
이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럴듯한 서리 두어번 내렸으나 아직 따뜻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어 소춘小春이라고도 불린다는 이 말에 더 가깝다.
 
반가운 새들이 날아왔다. 큰 날개로 유유자적 하늘을 선회하는 독수리떼도 왔으니 때는 분명 겨울로 들었다는 것을 안다.
 
비가 오려나 싶다.
기온으로 봐선 눈은 아직 멀은듯 한데 하늘의 일이라 짐작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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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바위솔
좀바위솔을 지척에 두고도 보지 못하고 지나간 것이 아쉬웠나 보다. 늦은 물매화와 조금 멀리가서 볼 요량으로 진주로 향했다. 뒷자석에 앉아 느긋하게 주변을 살피며 처음 간 곳의 풍경을 누린다.
 
좀바위솔 있다고 찾아간 곳엔 낯선 바위솔이 세개쯤 하늘을 향해 꽃대를 올리고 있었다.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하나 주변에는 꽃대를 올리지 못한 어린 개체들이 수없이 다음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주지역에 난다고 진주바위솔인가. 좀바위솔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울진에 가서 보았던 둥근바위솔에 더 가까운데 잎의 크기가 훨씬 작다. 정선바위솔과도 차이가 난다.
 
겨울눈으로 월동하고 내년에 꽃 피울 개체에 대한 희망으로 다시 계절의 변화를 기다린다. 척박한 자연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해온 바위솔들을 보면 생명의 신비로움 사뭇 더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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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고 바람 적당한 날
무엇하나 서두를 것 없다는 듯
숲은 고요하다
 
고로쇠나무에 앉은 늦가을이
바람의 유혹에 헛눈 팔다
저와는 상관도 없는
어설픈 함정에 빠졌다
 
머뭇머뭇 딴짓하다
붙잡힌 것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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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里靑天 雲起雨來 만리청천 운기우래
空山無人 水流花開 공산무인 수류화개
靜坐處 茶半香初 정좌처 다반향초
妙用時 水流花開 묘용시 수류화개
 
덧없는 푸른 하늘엔 구름 일고 비가 오는데
텅 빈 산엔 사람 없어도 물은 흐르고 꽃은 핀다
고요히 앉아 차를 반쯤 마셔도 그 향은 처음과 같고
묘용시에 물은 흐르고 꽃은 핀다
 
*중국 북송시대 황정견(1045~1105)의 시다. 수많은 시간동안 많은 이들이 시를 차용하며 그 의미를 나누었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공산무인 수류화개"나 "다반향초"가 있는 듯하다.
 
어떤 이는 시종일관에 주목하고 다른이는 물아일체에 주목한다. 다 자신의 의지나 지향점에 비추어 해석한 결과이니 스스로 얻은 이치를 살피면 그만일 것이다.
 
하늘을 날아서 짠물을 건넜다. 어느 지점에 이르러 요동치는 바람과 부서지는 파도 앞에서 무심히 바라본 꽃에 몰입한다. 바깥 세상의 혼란스러움과는 상관없다는듯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는 꽃이나 그꽃을 바라보는 이나 다르지 않다.
 
고요히 앉아 차를 마시는 것은 내면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몸과 마음에 움직임이 없으니 우러난 차향과 같다. 비로소 움직이면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물아일여物我一如,
물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꽃은 그냥 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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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화'
계절의 변화를 아는 지표로 삼는 것들 중에서 꽃만큼 확실한 것이 또 있을까. 생의 주기가 짧아 사계절 중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초본식물로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아 보인다.
 
흰색으로 피거나 붉은색으로 피는 꽃에 노랑 꽃술이 유난히 돋보인다. 색은 달리 피어도 이름은 같이 부른다. 서로를 빛나게 하는 꽃잎과 꽃술의 어울림이 좋다. 모든 힘을 꽃에 쏟아부어서 그럴까 열매를 맺지 못하고 뿌리로 번식한다.
 
가을을 밝히는 꽃이라는 의미로 추명국(북한명)으로도 불리지만 서리를 기다리는 꽃이라는 뜻의 대상화가 정식 명칭이다. 봄맞이가 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름을 가졌듯 가을의 의미를 이름에 고스란히 담았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대상화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이 10여 종에 이른다.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가을 서리에 맥 못추는 것들로 대표적인 것 역시 초본식물들이다. 이름에 가을의 의미를 품었지만 순리를 거스리지는 못한다는 듯 '시들어 가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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