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벚나무
가을에 피는 벚꽃이라 생소하지만 이상기온으로 피는 것이 아니란다. 꽃을 좋아하는 이들 모두 특별한 꽃이나 변이된 꽃의 모양, 색 등에 주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다. 이런 마음이 봄과 가을에 두번 씩이나 피는 꽃을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닌가 싶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되었든 붉은 단풍을 배경으로 핀 꽃에 신기하기는 하다. 단풍놀이 왔다가 삼삼오오 사람들이 몰려 벚꽃 아래서 신기해하는 것 또한 볼거리 중 하나다.
 
국가표준식물 목록에 춘추벚나무는 춘추벚나무(Prunus subhirtella), 아우툼날리스(Autumnalis) 등 4종이 등록되어 있다고 하니 이상한 것도 아니다.
 
영국에서 들어와 천리포수목원을 시작으로 원광대, 광릉수목원, 진해 농업기술센터 등에 보급되었고 이후 전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한다. 부안 내소사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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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국'
국화는 노란색이어야 하고 산국이 피어야 국화 피었다고 할 수 있다. 산국 피었으니 온전히 가을이다. 올망졸망 노란 색이 환하다. 중양절 국화주 앞에 놓고 벗을 그리워 함도 여기에 있다. 국화주 아니면 어떠랴 국화차도 있는데.
 
산에 피는 국화라고 해서 산국이다. 국화차를 만드는 감국과 비교되며 서로 혼동하기도 한다. 감국과 산국 그것이 그것 같은 비슷한 꽃이지만 크기와 향기 등에서 차이가 있다. 산국은 감국보다 흔하게 볼 수 있고 가을 정취를 더해주는 친근한 벗이다.
 
내 뜰의 가을날 한때를 수놓던 구절초가 시들해지니 그 옆자락 산국도 핀다. 일단 노랑색으로 이목을 끌어 발길을 유도하더니 그보다 더 끌림의 향기로 곁에 머물게 한다. 마당으로 들어서는 대문 옆에서 오고가는 이를 반기고 배웅한다.
 
개국화·산국화·들국이라고도 하는 산국은 감국과 비슷하게 피면서 감국인 것처럼 흉내를 내는 것으로 보고 '흉내'라는 꽃말을 붙은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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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고 싶은 가을의 끝자락이라고 하자는 마음과는 달리 코끝이 찡하는 차가움을 기다리는 것은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몸의 반응이리라.

고로쇠나무 잎이 마지막 볕을 품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왔던 곳으로 돌아가 세상에 나와 시나브로 품었을 시간을 되돌려주기 위해 마지막 의식이다.

볕 좋은날, 절기를 외면하려는듯 햇볕이 가득하다. 조금은 거리를 두었던 사이가 가까워져야 할 때임을 아는지라 귀한 볕을 한조각 덜어내어 품에 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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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나목(裸木)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 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밴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트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신경림 시인의 시 "나목(裸木)"이다. 겨울숲이 좋은 이유 중 하나다. 민낯이 어색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은 때에 그곳에 서서 함께 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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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를 만나는 날은 등심붓꽃이 피어있었다.

평사리 어느집 마당에 청사초롱이 걸리고 원근에서 온 이들로 북적이던 날 그 무리들 속에서 각자의 자리를 잡고 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무리들 사이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주인장의 소개로 한 부부를 만났다. 시골 일소의 순박한 눈을 빼닮은 남편과 세상 모든 일을 설레임 가득한 미소로 대할것 같은 부인이 부부에 대한 첫 인상으로 기억한다.

식이 끝나고 집에 들러 차한잔 하고가라는 인사를 받았던 기억이 있고 그날 그집에서 차담을 나누었는지는 모른다. 평사리를 들고날 때면 인사차 안부를 물었고 어느날인가는 그 마당에 들었고 그후론 평사리 보다는 그들이 사는 토담농가가 목적지가 되어 그렇게 시간이 쌓여갔다. 간혹 달을 핑개로 안부를 주고 받았으며 그집에서 만드는 강정과 쑥차를 맛보며 마음의 거리가 좁혀졌을 것이라 짐작한다.

노고단 숲길을 내려오는데 내가 사는 집에 들렀다는 전화를 받고 급하게 귀가한 날이 처음 내집에 온 날로 기억하고 있다. 광주로 음악회에 가던 길이라고 했다. 잠깐의 만남을 위해 긴 시간을 기다려준 정성이 고마웠던 날이고 여러가지 핑개거리를 찾아 만남을 이어가는 개기가 된 날로 기억한다.

간혹 식사를 때론 공연관람을 이유로 서로가 청하여 만남이 이어졌다. 어느해 여전히 찬바람이 부는 이른 봄날 섬진강 소학정 매화 소식을 궁금해하자 몸소 안내해주었고 그길에 자신이 애지중지 가꾸는 매실농장까지 이어졌다. 여전히 섬진강을 넘나들며 정을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부부가 불쑥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맛난 저녁을 대접받고 차를 마시며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 내게 가면 길을 찾을지도 모른다며 함께 아는 이가 보냈단다. 그간 사정을 귀담아 들었고 뭔가 도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겁도 없이 메일주소를 건네고 말았다.

원고를 받고 거듭 읽고 읽었다. 글자 하나를 놓치면 안될 것 같은 일상이 녹아든 귀한 글들을 보면서 이건 되겠다 싶어 일면식도 없는 출판사로 원고 투고를 했다. 이런 무모함이 또 있을까 싶지만 몇권 읽어온 그 출판사의 느낌과 이 원고가 만나면 일이 벌어지겠다는 뭔지모를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 서로 인연이 되어 책이 발간되었다. 공상균 작가의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2020, 나비클럽)가 그 책이다.

그후로도 두분에게 알게 모르게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종종 책 발간 이후의 이야기를 다시 쓰는 일에 대해 궁금해 하면 두번째 책을 출판사와 계약했고 부인도 요리에 관한 책 출간으로 계약서 도장을 찍었다는 반가운 이야기를 들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그 결과가 양영하 작가의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2022, 나비클럽)으로 나왔다. 지리산 자락 유명인사가 이제 부부 작가로 더 빛나게 되었다.

남들에게 딱히 내놓을 것은 없지만 세상 부러운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도 이 부부 '공상균ㆍ양영하' 두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남편인 공상균 작가의 부인을 바라보는 눈엔 언제나 꿀이 떨어진다. 그것도 흘러 넘치는 수준이다. 천하에 이리 수줍음을 타는 이가 있을까 싶지만 강단 있는 부인의 애교가 그 비밀인듯 보이지만 절묘하게 서로의 틈을 매워주는 마음이 그 중심에 있어 보인다. 이런 분들을 만난 것은 내게 큰 복이다.

이제 부부 작가를 만나는 날엔 가방에 꿀단지를 넣어가야겠다. 나란히 어깨를 기댄 등심붓꽃 같은 두분 사이에 흘러넘칠 꿀을 담아와 두고두고 부러워할 것이다.

출간기념회도 못갔는데 싸인은 언제 받나~

#지리산학교요리수업
#양영하 #나비클럽 #토담농가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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