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나목(裸木)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 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밴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트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신경림 시인의 시 "나목(裸木)"이다. 겨울숲이 좋은 이유 중 하나다. 민낯이 어색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은 때에 그곳에 서서 함께 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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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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