答奴告買月 답노고매월

僮僕欺余曰(동복기여왈)

今宵買月懸(금소매월현)

不知何處市(부지하처시)

費得幾文錢(비득기문전)

달을 샀다는 아이에게

아이 종이 나를 속여 말했네.

"오늘 밤 달을 사다 매달아 놨소."

"어떤 시장에서 샀는지는 모르겠으나

달 값을 몇 문(文)이나 주었지?"

*조선사람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1741∼1826)가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썼다는 시다.

달을 샀다는 아이나 달 값이 얼마냐는 아이나 마음 가운데에 둥근달을 품었다. 그 달이 비추는 세상은 또 얼마나 밝을까.

대문을 나서며 산 위의 달을 본다. 미세먼지로 다소 선명함이 떨어진다. 품을 덜고 채우는 동안 늘 다른 모습의 달이지만 그 품의 온전함을 안다.

달의 위로는 오늘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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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이풀

여름에 홍자색 꽃이

가지 끝에서부터 내려오며 다닥다닥 핀다.

잎에서 오이 향이 난다고 오이풀이다.

22년에 만난 꽃들 중에

기억에 남은 꽃을

12월 한달 동안

하루에 한가지씩 돌아 본다.

#22년에만난꽃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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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잎배풍등

배풍등(排風藤)이라는 이름은 질병인 풍(바람)을 막아주는 덩굴이란 뜻이다.

흰색으로 피는 배풍등과 달리 연보라색으로 핀다.

노고단 오르는 길에서 처음 보았다.

22년에 만난 꽃들 중에

기억에 남은 꽃을

12월 한달 동안

하루에 한가지씩 돌아 본다.

#22년에만난꽃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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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窓多明 소창다명

使我久坐 사아구좌

작은 창에 볕이 많아,

나로 하여금 오래 앉아 있게 한다.

춥다는 호들갑이 무색하리만치 포근한 날이다. 볕도 좋고 하늘도 맑아 그 온기를 누릴만 하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제주도에서 오랜 귀양살이를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초당을 짓고 살면서 쓴 현판이라고 한다. 책상 하나 놓인 방안으로 볕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 볕이 고마워 꼼짝안고 앉아 있는 정경情景이 눈앞에 보이는듯 하다. 복잡한 심사야 어찌되었건 적막을 누리는 마음에 공감을 한다.

추사秋史가 자字니 호號니 논란이 있나 보다. 그것이 무엇이든 김정희를 나타내는 것이니 따로 가릴게 없어 보인다. 문외한의 눈에는 그렇다는 것이니 문안의 이들의 이야기는 별개로 한다.

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이 덩달아 맑아진다. 지금 이 날씨와 잘 어울리는 글귀라 읽고 또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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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백리향

좋은 향기가 백리까지 간다고 백리향인데

천연기념물 제52호 섬백리향은

섬 속에 갇혀 있었다.

울릉도에서 처음 보았다.

22년에 만난 꽃들 중에

기억에 남은 꽃을

12월 한달 동안

하루에 한가지씩 돌아 본다.

#22년에만난꽃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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