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깽깽이풀'
가늘고 긴 꽃대를 올렸다. 독특한 잎과 함께 붉은 생명의 기운으로 새싹을 낸다. 여럿이 모여 핀 풍성한 모습도 홀로 피어난 모습도 모두 마음을 빼앗아 가는 녀석이다. 봄 숲에 고운 등불 밝히는 꽃이다.

아름다운 것은 빨리 시든다고 했던가. 피는가 싶으면 이내 꽃잎을 떨군다. 하트 모양의 잎도 꽃 만큼이나 이쁘다. 풍성해지는 잎이 있어 꽃잎 다 떨어지고 난 후 더 주목하는 몇 안되는 종류 중 하나다.

꽃술이 진한 자주색이라 저 위쪽지방에 있다는 노랑꽃술의 깽깽이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준다.

특유의 이쁜 모습에 유독 사람들 손을 많이 탄다. 수없이 뽑혀 사라지지만 여전히 숨의 끈을 놓지 않은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안심하세요' 라는 꽃말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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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杜鵑花次古韻 두견화차고운

一聲春夜萬山啼 일성춘야만산제

啼破幽寃血萬枝 제파유원혈만지

欲識千年亡國恨 욕식천년망국한

暮風微雨落紅時 모풍미우낙홍시

두견화를 보고 고시에 차운하다

봄밤 온 산에 두견새 울더니

울음 그치자 통한의 핏물 가지에 한가득.

천년 이전의 망국의 한을 알려면

저녁 바람 가랑비에 지는 꽃을 봐야 하네.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네번째로 등장하는 권호문(權好文, 1532~ 1587)의 시 '杜鵑花次古韻 두견화차고운'이다.

이 책에는 진달래를 "꿈에도 그리는 고향의 꽃"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최치원이나 구봉령의 시에 담긴 이미지가 그렇다는 것이다. 식물 이름인 '진달래'라고 하면 될텐데 굳이 '진달래꽃'이라 표현한 이유가 한자어로 두견화라서 그런건가도 싶다.

내게 진달래는 봄 기운이 완연하다 싶을때 야산 언저리를 보면 어김없이 이 꽃이 피어 있던 꽃이다. 젊은시절 매케한 최루탄 연기 속의 학교 안 동산에서 언듯 보였던 꽃으로 4월을 대표하는 꽃이었다.

멀리는 4ㆍ3제주항쟁과 4ㆍ19의거 가깝게는 4ㆍ16 참사에 이르기까지 유독 애달픈 사연이 많은 4월이기에 진달래의 그 핏빛 꽃잎에 기대어 울분을 토해내곤 했었다.

참꽃이라는 말, 화전놀이 등에서 진달래는 그저 들판에 흔히 피는 꽃이 아니다. 우리들의 일상과 긴밀하게 관련된 꽃이기에 그 의미는 특별하다.

담장에 갇힌 여인네들의 숨통을 열어주었던 연분홍 화전놀이의 그것에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먹먹한 가슴으로 먼하늘 바라보았던 내 청춘의 빛에서, 살아가는 이땅의 모든이들의 4월을 감싸 안아주는 진달래의 그것, 영원한 4월의 꽃이다.

진달래로 장식되어 가는 내 봄날은 그 무게에 짓눌려 숨쉬기 버겁지 않을 만큼, 기우뚱거리며 서툰 날개짓으로 같은 자리를 맴도는 노랑나비의 몸짓이면 족하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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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새하얗게 변했다.

우여곡절이야 있었겠지만 그 덕분에 더 주목 받았으니 보상은 되었을 것이다.

그자리에서 그대로 다음에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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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내 오랜 친구들

해묵은 나무같이

함께 나이 먹은 친구는 든든하다

바쁜 시절 다 보내고

내리막길에 손잡고

가고 싶은 곳 동행하는 친구들

누가 은행나무인지

누가 아카시아인지

누가 소나무인지 알아가면서

연륜이 묵은 정 속에 담긴다

오해를 이해로 바꿀 수 있는 나이

소중해서 정답고 정들어서 소중한

나만큼 낡은 친구가

웃어도 알고 울어도 안다

*목필균 시인의 시 "내 오랜 친구들"이다. 지나온 시간을 미소로 돌아보며 내일이 든든해지는 힘이다. 할 수 있을 때 놓치지 않고 눈맞춤 해야 한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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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日 춘일

金入垂楊玉謝梅 금입수양옥사매

小池春水碧於苔 소지춘수벽어태

春愁春興誰深淺 춘수춘흥수심천

燕子不來花未開 연자불래화미개

봄날

금빛은 수양버들에 들고 옥빛은 매화를 떠나는데

작은 연못의 봄물은 이끼보다 푸르구나

봄 시름 봄 흥취 어느 것이 깊고 얕은가

제비도 오지 않고 꽃도 피지 않았는데

*조선사람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의 春日 춘일이라는 시다.

온전히 누려야 할 봄날이다.

봄빛도 어느덧 짙어지는 때인지라 선명했던 연두둣빛 새순들이 묻혀지는 아쉬움이 크다. 다투어 드러내는 것들이 바야흐로 감추어야 할 때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숨어들기 전에 품어야 할 것은 품고 보내야 할 것엔 미련을 두지 말자.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비내음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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