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杜鵑花次古韻 두견화차고운

一聲春夜萬山啼 일성춘야만산제

啼破幽寃血萬枝 제파유원혈만지

欲識千年亡國恨 욕식천년망국한

暮風微雨落紅時 모풍미우낙홍시

두견화를 보고 고시에 차운하다

봄밤 온 산에 두견새 울더니

울음 그치자 통한의 핏물 가지에 한가득.

천년 이전의 망국의 한을 알려면

저녁 바람 가랑비에 지는 꽃을 봐야 하네.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네번째로 등장하는 권호문(權好文, 1532~ 1587)의 시 '杜鵑花次古韻 두견화차고운'이다.

이 책에는 진달래를 "꿈에도 그리는 고향의 꽃"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최치원이나 구봉령의 시에 담긴 이미지가 그렇다는 것이다. 식물 이름인 '진달래'라고 하면 될텐데 굳이 '진달래꽃'이라 표현한 이유가 한자어로 두견화라서 그런건가도 싶다.

내게 진달래는 봄 기운이 완연하다 싶을때 야산 언저리를 보면 어김없이 이 꽃이 피어 있던 꽃이다. 젊은시절 매케한 최루탄 연기 속의 학교 안 동산에서 언듯 보였던 꽃으로 4월을 대표하는 꽃이었다.

멀리는 4ㆍ3제주항쟁과 4ㆍ19의거 가깝게는 4ㆍ16 참사에 이르기까지 유독 애달픈 사연이 많은 4월이기에 진달래의 그 핏빛 꽃잎에 기대어 울분을 토해내곤 했었다.

참꽃이라는 말, 화전놀이 등에서 진달래는 그저 들판에 흔히 피는 꽃이 아니다. 우리들의 일상과 긴밀하게 관련된 꽃이기에 그 의미는 특별하다.

담장에 갇힌 여인네들의 숨통을 열어주었던 연분홍 화전놀이의 그것에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먹먹한 가슴으로 먼하늘 바라보았던 내 청춘의 빛에서, 살아가는 이땅의 모든이들의 4월을 감싸 안아주는 진달래의 그것, 영원한 4월의 꽃이다.

진달래로 장식되어 가는 내 봄날은 그 무게에 짓눌려 숨쉬기 버겁지 않을 만큼, 기우뚱거리며 서툰 날개짓으로 같은 자리를 맴도는 노랑나비의 몸짓이면 족하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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