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실익을 두루 갖춘 양귀비楊貴妃꽃

馬頭初見米囊花 마두초견미낭화

말머리서 처음으로 미낭화를 보았네

독특한 모양에 화려한 색이다. “일년생 풀꽃 중에 가장 요염한 것이 양귀비꽃이다. 식물학에서는 이것을 앵속화(罌粟花)라고 부른다. 무릇 십여 종이 되며, 그 빛깔도 녹색과 황색, 홍색과 남색 외에 연분홍 등 별별 잡색이 다 있다.” 양귀비의 다른 이름으로 미낭화(米囊花)가 있다.

양귀비꽃의 “한 종류로 꽃과 잎의 자태가 모두 아름다운 이른 바 우미인초(虞美人草)란 별명을 가진 것이 있다. 일찍이 송나라의 문인 남풍(南豊) 증공(曾鞏)이 장편의 시를 노래한 것이 있다. 양귀비꽃이 우리나라로 수입된 지도 오래일 텐데, 오늘날까지 시 한 수 노래 한 마디 전해오지 않는 것을 보면 완상용으로 널리 재배하게 된 것은 이 근래의 일인 듯 하다.”

“양귀비는 꽃으로 감상할 뿐 아니라, 잎사귀도 어렸을 때는 따서 채소로 먹을 수 있다. 열매는 과자와 기타 요리에도 쓸 수 있으며, 씨앗의 껍질은 약재로 쓰여, 꽃과 잎과 열매와 씨와 씨의 껍데기까지도 하나 버리는 것이 없다. 참으로 재미와 실익을 모두 갖춘 이상적인 꽃이라 하겠다.”

“다만 사람을 마취시키는 마약인 아편이 양귀비 열매에서 나온 액체임을 생각하면 그 해독 또한 매우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양귀비의 잘못이겠는가, 아니면 이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의 잘못이겠는가?”

오늘날에는 양귀비의 여러 가지 특징 중에서 화려하고 요염한 모양과 색에 주목한다. 꽃양귀비나 개양귀비라는 원예종이 보급되고 많은 곳에서 가꾸어 큰 꽃밭을 만들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사진은 내 뜰에 핀 개양귀비꽃들이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국수나무
화려하지도 특이하지도 않지만 지나치지 못하는 나무가 있다. 국수를 좋아해서 그 이름 때문일지도 모르나 꽃을 들여다보며 눈맞춤 한다.

새가지 끝이 연한 노란색 꽃이 모여 핀다. 작은 꽃 하나를 자세히 보면 더 이쁜 모습이며 모여 핀 전체 모습도 수수한 멋으로 주목하게 된다. 꿀이 많아 양봉에서 밀원식물로도 이용된다고 한다.

가지를 잘라 벗기면 국수같은 하얀 줄기가 나온다고 국수나무라고 부른다. 비슷한 이유로 국수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나도국수나무, 산국수나무, 섬국수나무, 중산국수나무를 비롯하여 금강산에서 발견되어 북한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금강국수나무까지 있다고 한다.

줄기나 잎을 이용하여 유용한 도구를 만들거나 염료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나무다. 지나치지 못한 것이 이름 때문만은 아니었나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도수정초

가까이 두고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몰라서 못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알고도 때를 놓치거나 사정이 있어 못보게 되면 몹시도 아쉽다. 비교적 가까이 있어 많은 발품을 팔지 않아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습기를 많이 품고있는 건강한 숲에서 봄의 마지막을 장식이라도 하려는듯 불쑥 솟아난다. 무리지어 또는 홀로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멈칫거리듯 조심스런 모습이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는듯도 하다.

나도수정초는 부생식물이다. 부생식물이란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고 다른 식물에 의지해야 살 수 있는 품종을 말한다. 그래서 옮기면 죽는다.

나도수정초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수정난풀이 있다. 피는 시기와 열매의 모습 등으로 구분한다지만 수정난풀을 보지 못했으니 구분할 재간도 없지만 곧 만날 기회가 있으리라고 믿는다.

수정처럼 맑은 모습에서 이름도 얻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숲속의 요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갯장구채
솔밭 사이로 비치는 햇볕에 언듯 보이는 무엇을 놓칠 수 없었다. 살랑이는 바람따라 흔들리는 모습이 개구장이 처럼 다정하다. 서해안 바닷가 소나무를 닮은듯 늘씬한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바닷가에서 초여름 하얀색 빛이 도는 연분홍 꽃이 핀다. 두 갈래로 갈라진 꽃잎은 다섯장이다. 유사종으로 백색꽃이 피는 흰갯장구채도 있다.

장구채는 꽃받침의 모양이 장구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긴 줄기가 영락없이 장구채와 닮았고, 꽃이 피어 있는 부분을 보면 장구와도 비슷하다. 갯장구채는 사는 곳이 바닷가 근처라는 의미일테니 미루어 짐작된다.

갯가의 척박한 환경에서 고운 꽃을 피웠다. 같은 이름을 쓰는 장구채의 꽃말이 '동자의 웃음'이니 유사한 느낌으로 봐도 크게 차이는 없을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새우난초
멀리서 들려오는 꽃피었다는 소식은 반가움과 함께 아쉬움도 동반한다. 여건이 허락해 볼 수 있으면 반갑지만 그렇지 못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새우난초가 피었다는 소식이 짠물을 건너올 때마다 아쉽기만 했다.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상황일 뿐더러 육지에서 들리는 소식도 북쪽으로 2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에 대한 부담이 있다.

지나고 보니 어쩌면 둘 다 핑개일 뿐이고 꽃이 보내는 유혹이 약했거나 보고 싶은 간절함이 부족한 탓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빈번하게 1박 2일 일정의 더 먼 거리도 훌쩍 길을 나섰던 일은 무엇이란 말일까?

새우난초는 제주도와 남해안 그리고 서해안 일부지역에 자생한다. 5월에 흰색 또는 연한 붉은색, 연한 자주색 등으로 피고 뿌리줄기가 새우등 처럼 생겼다고 해서 ‘새우난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마음도 움직였고 시간도 적절할 뿐만 아니라 선듯 일정을 변경해준 꽃친구가 있어 가능했던 새우난초와의 두번째 눈맞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