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
어린시절 추억이 깃들었다. 등하교길 달달한 맛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기어이 밭 언덕을 넘었다. 딱히 먹을 것도 없었던 시절이고 맛의 강한 유혹을 알기에 솜이 귀한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도 한두개 씩은 따 먹으라고 허락했던 것이다. 그것이 다래다.

내가 사는 이웃 면소재지 인근에 목화 재배지가 있고 이 꽃이 필무렵 면민의 날 행사 겸 묵화축제를 한다. 1363년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씨앗을 숨겨온 다음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 식물이다.

순한 꽃이 핀다. 곱다라는 말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한없이 이쁘고 정겹다. 한지에 곱게 물을 들이고 손으로 하나하나씩 조심스럽게 접어 만든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꽃 피었다 지고 열매 맺고 그 열매의 속이 비집고 나와 눈 쌓인 것 처럼 보일 때까지 내내 눈요기감으로 충분하다.

물레를 돌리고 솜을 타서 옷이나 이불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자랐다. 많은 손질을 거치는 과정이 모두 정성이다. '어머니의 사랑', '당신은 기품이 높다'라는 꽃말이 이해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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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화화
산들꽃이 관심의 중심이니 뜰에 들어온 원예종은 눈길이 덜 간다. 그래도 눈맞춤을 건너뛸 수 없는 꽃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중 하나가 이 초화화다. 초화화라고 한다지만 유통명인 듯 싶고 정식 명칭은 알지 못한다. 여름 내내 피고지기를 반복하니 가까이 두고 관상하기에 꽃 좋아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나 보다.

붉은 색의 꽃들이 줄기 끝에 달렸다. 볕을 좋아해서 낮에 피는 꽃으로 바람따라 한들거리는 모습이 여유롭게 보여 좋다. 멀리서 봐도 자세히 봐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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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범부채
조그마한 뜰에 다양한 사연을 안고 여러 종류의 식물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언제 어디에서 왔는지 또렸하게 기억되는 것이 대부분이나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애기범부채는 제주도 지인에게서 왔다.

7~8월에 피는 꽃은 긴 타원형으로 주홍색을 띠며, 아래쪽에는 진한 반점이 있다. 범부채는 꽃잎에 나 있는 이 붉은색 얼룩무늬가 호랑이 털가죽처럼 보이고 처음 싹이 나면서부터 질서 있게 퍼지며 자라는 잎의 모양이 부채꼴 같다 하여 범부채라 불린다. 애기범부채는 범부채를 닮았는데 크기가 작다는 의미일 것이다.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여름날의 한때를 기억하게 하는 꽃이다. 작지만 강인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청초'라는 꽃말은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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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이 쌓아간다. 한껏 키를 키우더니 피고 지기를 반복하면서 오랫동안 속내를 드러낸다. 누가 보던 보지 않던 묵묵히 불을 밝혀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그리움으로 속앓이하는 누이를 닮았다.

애써 가꾼것도 아닌데 뜰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두번째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 터에 들어온 것이 네가 먼저인지 내가 먼저인지는 알 수도 궁금하지도 않다. 그렇게 있는동안 눈맞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좋다.

산과 들, 습기가 있는 곳에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추서며, 잎은 마주나고 위로 올라갈수록 작으며, 잎자루도 없다. 꽃은 6-8월에 줄기 위쪽의 잎겨드랑이에 층층이 돌려나며, 입술모양의 닮은 연한 자주색을 띤다.

석잠풀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한방에서 비롯된다. 석잠石蠶은 한방에서 날도래 애벌레를 지칭한다. 석잠풀의 희고 긴 땅속줄기의 덩이뿌리가 석잠의 몸통을 닮았다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연유가 궁금한 '설원의 여인'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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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바위취
남덕유산을 오르는 지친 몸을 환영이라도 하듯 반짝거리던 모습으로 처음 만났다. 이후 가야산과 덕유산 향적봉 정상 바위틈에서 만나면서 반가움으로 눈이 반짝인다. 올해는 경북 어느 계곡에서 만났다.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꽃으로 핀 듯하다. 유독 작으면서도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 모양이 꼭 그 별을 닮았다. 하얀 꽃잎 사이에 꽃술도 나란히 펼쳐진다. 험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피어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바위취는 바위에 붙어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바위취는 작은 바위취라는 뜻이라고 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비슷한 종류로 바위떡풀이 있는데 잎이 심장형인 것과 꽂 모양이 다르다.

높은산 그것도 바위에 붙어 살면서도 이쁜 꽃을 피우기까지 그 간절함을 귀하게 보았다.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로 그 수고로움을 대신 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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