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를 따라가는 여행 - 창원
한 도시를 대표하는 테마라고 하면 뭘까? 아마도 그 도시의 과거를 오롯이 담고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기준이 아닐까 한다. [창원]이라고 하면 우선 환경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먼저 떠오른다. 람사르 협약은 습지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 조약으로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르에서 18개국이 모여 체결하여, 2008년 현재 157개국이 이 협약에 가입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101번째로 람사르 협약에 가입하였고,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제10차 람사르 총회”를 개최하였다. 창원시 역시 환경수도 창원을 지표로 삼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창원은 람사르 총회, 조선시대‘허목’이라는 사람의 출생지라는 것과 이원수의 ‘고향의 봄’이라는 관심사가 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의 [디지털창원문화대전]을 둘러보기 전에 이를 이야기 하는 것은 창원의 역사를 담고 있는 [디지털창원문화대전]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살피기 위함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과거 사람들이 살아온 역사의 총화가 한 곳에 담겨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창원의 현재와 미래의 밝혀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디지털창원문화대전]의 활용도와 더불어 이곳으로 유입되는 방문객에 대한 고려가 함께 담겨 있어야 가치가 제대로 발휘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선, 전체적으로 본 느낌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의 취지에 걸맞게 [디지털창원문화대전]은 창원에 대한 자연, 지리, 문화, 인물 등 과거의 역사를 알차게 담아 체계적인 분류로 찾는 이로 하여금 쉽게 창원에 대해 알 수 있게 한 점은 무엇보다 돋보이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여 현재 모습과 관련된 시청각 자료까지 다 담고 있기에 창원에 대한 백과사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시원스럽고 복잡하지 않은 메인화면의 구성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품격높은 문화도시 동북아의 보석 창원]이라는 테마가 중심축을 이루는 창원이라는 의미 일 텐데 이 사이트에 얼마나 반영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흐르는 사진에 각 이미지에 대한 설명이 텍스트 형태로라도 함께한다면 더 좋겠다.

다음으로 콘텐츠별로 찾아본 느낌이다.
메인화면에서 느끼는 것은 여타 다른 지역의 [디지털문화대전]과 비교해서 창원 사진자료보기가 눈에 띈다. 시각적 접근성에 친근한 현 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다. 추천콘텐츠의 경우도 사진자료보기처럼 다양한 자료를 함께 보여준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메인화면의 사진들이 창원을 대표하고 있는 이미지인지 의문이다. 역사의 현장이 아니라 현재 창원과 미래 지향점에 촛점을 맞춘다면 창원만의 미미지가 결여된 듯 보이는 아쉬움이 있다.
영상을 중심으로 한 [특별한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가 잘 어우러지며 시청각의 묘미가 최대한 살아 있는 부분이다.
[창원의 마을이야기]는 정말 잘 꾸며진 콘텐츠라는 생각이다. 마을이야기, 마을갤러리, 마을지도, 마을연표 등 시청각적 요소와 텍스트 자료의 조화가 잘 어울리게 만들어져 있다.
[전자연표]의 경우는 창원과 관련 자료가 년대별로 정리되어 있어 찾아보기 쉽고 관련 텍스트와 이미지가 잘 정리되어 있다. 아직 이미지자료의 불충분이 보이는 곳도 더러 있다. 자료수집의 한계성이 있겠지만 빠진 사진자료가 있어 옥에 티가 아닌가 한다.

마지막으로 테마로 찾아가는 창원
개인적 관심사였던 람사르총회, 이원수의 동요 고향의 봄 그리고 조선시대 사람 허목을 찾아가며 느낀 점을 이야기 해 본다.
우선 [람사르 총회]는 제목1건 본문 24건에 걸쳐 검색된다. 람사르 총회를 개최한 창원에 걸맞는 행사개요부터 관련 시청각자료까지 잘 정리되어 있어 훌륭한 자료라 생각된다.
다음은 [이원수의 동요 고향의 봄] 역시 제목에서 4건, 본문에서 23건이 검색되었다. 이원수에 대한 자료부터 다양하게 검색되는 자료를 통해 이원수와 고향의 봄이 창원에서 어떻게 유지되고 사람들에게 기억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지 잘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 [조선시대 허목]에 대한 검색이다. 미수 허목은 사림의 거두였던 송시열에게 정면 도전을 할 정도로 자기 주장이 강했던 조선 인조 때 사람으로 창원에서 은거했다. 역시 제목에서 1건 본문에서 24건이 검색된다. 따라가 보면 허목에 관련된 자료와 참고자료 다양한 사진자료와 더불어 현재 남아있는 흔적까지 잘 정리되어 있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결과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이 갖는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일회성 방문객이지만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향후 이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이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를 반증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디지털창원문화대전]의 주 이용대상은 현재 창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나 창원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주요대상일 것이라 본다. 그렇다면 주요 대상에게 가장 유용한 정보와 이용편리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창원의 현재와 미래까지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창원시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디지털창원문화대전]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두 곳이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관심도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되어 희망적이라 생각된다.
 

나와 같은 단순 방문객은 필요한 정보의 수집이나 참고가 주요 관심사겠지만 주요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창원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디지털창원문화대전]이 되길 바래본다.


[디지털창원문화대전]
http://changwon.grandculture.net/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이 고객평가단]
http://www.bookstory.kr/culture/culture.php?id=book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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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 - 조선 역사의 56가지 진실 혹은 거짓, 세상의 모든 호기심에 답하는 책 세상 모든 호기심 WHY? 6
이한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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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는 역사를 강조하고 싶다
지난 시간을 다시 돌아본다는 것은 그 속에서 무엇인가 찾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행복한 순간이거나 혹은 가슴 아픈 기억 때론 아쉬움을 남긴 후회스러운 일이였을지라도 그 모든 순간에 내가 거기에 있었다는 마음의 안도감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개인의 지난 시간을 기억해 보려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한 나라의 지난 시간 즉,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 또한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속에서 잃어버렸던 아니면 의식적으로 외면했던 무엇을 찾아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돌아보고 그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리라.

책읽기에 관심을 가진 동안 지극히 개인적 관심사지만 그렇게 되짚어 보는 시간 속에 조선이라는 시공간이 있다. 지난 우리역사에서 삼국시대나 고려보다 상대적으로 멀지 않은 시간이기도 하고 그동안 여러 경로로 알게 된 것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나 둘 알아가는 과정이 늘 행복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그 시간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의 자취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한몫 톡톡하게 한 책이 이한우의 [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이다.

[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 이 책의 저자 이현우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지만 조선왕조실록을 7년여에 걸쳐 연구, 분석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다른 저서 ‘이한우의 군주열전’ 만 봐도 조선역사에 대한 사랑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저자의 조선 역사에 관심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선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정사와 다른 야사들을 비교 분석하며 저자가 주목한 57가지 특정한 사건들을 통해 조선 역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아버지와 형과 아들, 자신을 왕으로 만든 태종, 너희가 선조를 아느냐! 선조에 대한 오해를 풀다, 왕권과 신권, 실록에서 격돌하다, 충신과 간신을 논하다-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 이준경을 조선 최고의 정승으로 꼽는 이유, 이황의 유유자적 전국 유람, 문제의 술을 문제 삼지 않은 조선의 관가, 각양각색의 조선 사람들에게서 진짜 조선을 찾다, 도명이 골백번도 더 바뀐 충청도의 수난 시대 등이 57가지의 사건 중에서 내가 주목한 사건들이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사건들을 추적하고 비교 분석했다는 장점이 있어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애매하게 여겼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사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 이한우가 군주의 나라라고 칭한 조선 역사의 치열했던 왕권투쟁이나 파벌 간 죽기 살기로 싸웠던 당쟁뿐 아니라 조선 역사의 흐름에 따른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 그중에 귀족들이 사용했던 은이나 재 등의 호의 변화나 형제의 이름에 백년, 천년, 만년, 억년이나 희안, 희맹 사람들 이름에 나타난 시대에 따른 관심도의 반영, 이준경과 이황의 비교분석 등 흥미가 있으면서도 새롭게 역사를 보는 시각이라 생각된다.

이 책의 제목[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에서 풍기는 다소 도발적인 느낌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그가 파악하는 시각엔 우리가 배웠던 학창시절 역사와는 조금 다른 시각이 존재함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람이 있는 역사를 강조하고 싶다. 역사에 사람을 채워주는 일은 곧 역사와 삶을 만나게 하는 작업이다”라는 저자의 시각에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필이 권력이라면 그 역사를 해석하는 부분 역시 권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의 근대사의 흐름에서 분명 권력과 자유롭지 못한 역사해석이 존재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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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기행 - 선인들, 스스로 묘비명을 쓰다
심경호 지음 / 이가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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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
지난 봄, 아버님의 평생 소원이셨던 조상들의 묘를 한곳으로 모셔오는 일이 마무리 되었다. 그 한쪽에 자신이 죽어 묻힐 조그마한 공간까지 마련하신 속내를 이해하면서도 마음 한구석 진한 아픔이 아려오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그 일을 겪으며 이제 돌아갈 자리를 스스로 만드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어설프게나마 짐작하는 바가 있다.

죽음에는 왕후장상이 따로 없다고 했던가? 생로병사에 늘 끌려가는 사람들의 삶이지만 오히려 스스로 죽음에 대해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선조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먼 상상 속 이야기만은 아님을 확인한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한줄기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 그래서 담담하면서도 당당하게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오는지 선인들이 스스로 작성한 자찬묘비명을 통해 들여다볼 기회가 있다. [간찰], [한시기행], [산문기행]으로 나에게 익숙한 저자 심경호의 죽음에 대한 사색은 곧 삶에 대한 사색이자 내 안의 숭고함을 되찾는 일이라는 마음으로 집필한 [내면기행]이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고려시대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는 역사 속에서 우리 조상들이 직접 쓴 자찬묘비명을 찾아내고 이를 해석해 우리에게 소개하는 책이다. 자찬묘비명이란 자신이 죽어 묻힐 묘비에 담을 글을 스스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자서전적 성격이 강한 자찬묘지의 종류에는 묘표, 묘지, 만시 등이 있다. 생전에 자신이 죽어 들어갈 묘를 만드는 일을 중국 후한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은 고려시대 김훤의 자찬묘지라고 한다.

[내면기행]은 우리 역사에서 발굴한 57명의 자찬묘비명을 모아 ‘이 사람을 보라’, ‘이것으로 만족이다’,‘나 죽은 뒤에 큰 비석을 세우지 말라’,‘웃어나 보련다’,‘죽은 뒤에나 그만두련다’이렇게 다섯 가지 분류로 엮어 놓았다. 이런 분류는 내용에 따른 선조들의 마음을 더 잘 드러내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본다. 성혼, 이정암, 이의현, 서유구, 상진, 박필주, 윤기, 강세항, 남공철, 이유원, 남효온, 임제, 이황, 허목, 정약용 등에 이르기까지 당대 쉽지 않은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선 익히 들었던 사람들의 글부터 찾아 읽어본다. 곧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저자가 자찬묘지 만을 번역해 놓은 것이 아니라 자찬묘지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그분들의 삶의 행적에 대한 자세한 해설까지 함께 담아두었기에 알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이 곧 삶을 되돌아봄이라고 했다.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평가에 수많은 시각이 존재할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이해정도나 자신이 처한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이 죽은 뒤 듣게 될 그러한 평가가 두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바로, 왜 선조들은 스스로 묘비명을 지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닐까. 죽은 뒤 자신에 대한 오해나 불필요한 찬사, 화려하게 묘를 꾸미는 것을 미리 막고자 하는 마음인 것이다. 그들은 죽음 앞에 당당했고 만족했으며 겸손하고 허탈해 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죽은 뒤에나 그만둘 수 있을 것이라 탄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죽음은 자신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기에 삶에 대한 적극적인 사색이 동반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서 뿐 아니라 죽어서까지 자신을 경계하고자 했던 선비들의 올곧은 마음을 보는 것 같다. 이는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삶의 지향을 말해주는 것이다. 눈앞의 현실에 메어 아등바등 거리며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속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한때 유서를 미리 작성해 보는 자기개발 프로그램이 있었다. 죽음이라는 극단을 통해 삶에 대한 성찰을 해 보자는 것이리라. 죽음을 통해 절망이아니라 희망을 찾자는 말이다.

내 스스로 묘비명을 짓는다면 남은 시간 어떤 빛으로 채워가야 할지 자신을 돌아보는 깊은 사색이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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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 - 대한민국 보통 아줌마 이보경 기자가 들여다본 프랑스의 속살
이보경 지음 / 창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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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의 부활일까?
파리, 프랑스하면 연상되는 단어가 문화, 예술, 자유 등 다분히 동경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낱말들이다. 무엇이 있어 파리, 프랑스에 대한 그러한 인상을 심어줬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한 지역이나 도시, 나라 심지어 사람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대상들을 대표하는 말이 생기는 것은 대상들에 얽힌 다양한 정보의 총화로 가능할 것이다. 때론 받아들이는 측 상황에 대해 고려하는 측면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 것이 의도되어진 포장도 한 몫 할 것이라 생각된다.

누드모델 출신의 영부인, 인종주의의 극과 극을 비롯하여 자유와 문화 그리고 예술이라는 어떻게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인상이 강한 파리나 프랑스에 대한 이러한 선입감이 어디서 연유되었는지는 일단 미뤄두자. 그리고 기자의 눈과 대한민국 보통 아줌마(다분히 설정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만)의 눈으로 현실의 파리와 프랑스를 살펴보자. 이 책 [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은 MBC 이보경 기자의 눈에 비친 파리와 프랑스 이야기다. 무슨 책이든 읽다보면 저자의 전, 현직 직업이 자연스럽게 유추되는 경우가 있다. 글이 내포하고 있는 성격과 문체에서 느껴지는 나름의 글의 맛이 아닐까 싶다. 이 책 역시 그러한 느낌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다섯 가지 주제 살살 한다, 실시, 부글부글 욕망의 원칙, 가부장제에 대처하는 그녀들의 자세, 시민 200만 화소의 도시, 혼자 말고 같이 살자, 응? 을 통해 프랑스의 정치, 교육, 사회, 언론, 인종, 여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속에서 프랑스, 파리가 가지는 인상이 만들어져 온 배경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그 시각에는 관광자의 눈, 유학생의 눈, 기자의 눈, 대한민국 아줌마의 눈으로 살펴본 이야기들이다. 부유하고 자유스러우며 선망의 대상이 되는 프랑스와 파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 문제, 대통령과 시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다양한 시각 등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현실의 눈으로 비교분석하기도 한다. 양자를 훨씬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측면이다.

특히, 프랑스의 미래를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 가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이해가 공감이 간다. [디오니소스는 우리 삶이 가지는 근원을 향한 그리움, 융합과 감성, 음악과 도취 부분을 맡는다. 뜨거움과 과도함을 수반한다. 반면 아폴론은 절도와 균형, 명징과 조화, 미술과 아름다움을 맡는다. 적절한 차가움을 수반한다.](본문 300페이지)라는 두 축이 오늘날의 프랑스를 있게 했고 또한 미래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본다면 다양한 프랑스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자율과 규제, 극단이 공존하며, 인종간의 대립과 갈등, 공적인 생활과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철저한 분리가 있으면서도 강한 결속력이 함께 존재하는 다양성이 오늘날의 프랑스를 만들었다. 역사와 문화가 달라 때론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나라 프랑스가 이 책의 저자 이보경 기자의 눈을 통해 막연한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울고 웃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까운 이웃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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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산문 산책 - 조선의 문장을 만나다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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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귀는 즐거움에 빠지다
읽던 책을 덮으며 가슴 뿌듯함이 밀려오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같이 쏟아지는 책의 홍수에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할 경우는 더하다. 책에 대한 취향은 사람마다 달라서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책이라고 해서 꼭 좋은 책의 범주에 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수양을 목적으로 학문하고 뜻한 바를 담아 문장을 지어 책으로 엮어 놓은 선조들의 글에 담긴 따스한 마음들이 오롯이 모여 있는 책을 대할 때면 마치 그들이 살아가는 시대 한 복판에 함께 서 있는 느낌을 가지곤 한다. 오늘 다시 그런 느낌을 전하는 책을 접하고 가슴 뭉클함까지 있다. 안대회 선생님의 [고전 산문 산책]이 그 책이다.

이 책에는 18~19세기 조선 후기 문인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산문을 가려 뽑아 우리말로 옮겨놓은 책이다. 허균, 이용휴, 심익운, 박지원, 노긍, 이덕무, 이가환, 유득공, 박제가, 이서구, 유만주, 이옥, 남공철, 김려, 강이천, 심로숭, 정약용, 유본학, 장혼, 이학규, 남종현, 홍길주, 조희룡에 이르는 23명의 문인과 160여 편의 글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아는 문인뿐만 아니라 저자의 노력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사람들까지 포함되어 있어 조선 후기 소품 문학의 총화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다.

[고전 산문 산책]에 담긴 글을 통해 조선 후기를 살아온 사람들의 면면을 살피고 그들이 주목했던 문학과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현대인이 삶에 지표를 삼을 만한 내용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된다. 생활상의 고단함이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부당함을 받았던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중국 중심의 문학에서 벗어나 조선의 문학을 일구어 냈던 그들의 당당함이 보여 선조들에 대한 자긍심까지 얻게 한다. 정조가 문체반정(文體反正)을 선포할 정도로 새바람을 일으킨 시대적 상황뿐 아니라 새로운 문예사조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당시 북학파로 새로운 조선을 일궈가려는 꿈을 가졌던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등의 글에서 보여주는 그 시대 사람들의 정서와 세상을 담는 마음,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일상적인 글에서 풍기는 솔직함이 돋보인다.

[글을 쓰는 사람에는 푹 익은 자가 있고, 즐기는 사람이 있으며, 좋아하는 자가 있고, 힘쓰는 자가 있으며, 구하는 자가 있고, 뜻을 둔 자가 있다. 체용(體用)이 완성되어 못할 것이 없는 것을 푹 익었다 하고, 법칙을 정성스럽게 갖추어 머무는 것이 편안하고 바탕이 깊은 것을 즐긴다고 하며,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아 나날이 열심히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며, 큰 뜻을 알아 법도로 들어가려 하는 것을 힘쓴다고 하며, 신중히 사고하고 간절하게 질문하여 올바른 방향을 따라가기에 애쓰는 것을 구한다고 하며, 읭녀하게 자립하여 스스로 깨우치는 것을 모범으로 삼는 것을 뜻을 두었다고 한다](본문 602페이지)

작가를 지망하는 동자에게 남종현이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오늘날 자신의 생각을 글에 담아 뜻을 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이 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 길을 알려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글이 가진 힘, 맛, 멋이 읽어가는 독자로 하여금 눈을 반짝이며 가슴 뛰게 하는 글들이 모음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이덕무, 이서구, 유득공 등 그동안 찾아서 읽고 싶었던 조선 후기 문인들과 그들의 글뿐 아니라 새롭게 알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한문 실력이 된다면 부록으로 담겨진 원문을 읽어가는 맛도 더 할 것이란 생각에 아쉼이 있다.

한문 원전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번역하여 그 감동을 전하며 각각의 문인에 대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포함한 글에 담긴 뜻을 알려주는 저자의 노고를 짐작할만하다. 조선 후기 소품문을 연구하고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해온 저자 안대회의 노력과 그의 글맛 또한 조선 문인들의 그것과 비슷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생각날 때마다 펼쳐보며 저자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는 책으로의 여정이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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