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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 - 조선 역사의 56가지 진실 혹은 거짓, 세상의 모든 호기심에 답하는 책 ㅣ 세상 모든 호기심 WHY? 6
이한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사람이 있는 역사를 강조하고 싶다
지난 시간을 다시 돌아본다는 것은 그 속에서 무엇인가 찾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행복한 순간이거나 혹은 가슴 아픈 기억 때론 아쉬움을 남긴 후회스러운 일이였을지라도 그 모든 순간에 내가 거기에 있었다는 마음의 안도감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개인의 지난 시간을 기억해 보려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한 나라의 지난 시간 즉,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 또한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속에서 잃어버렸던 아니면 의식적으로 외면했던 무엇을 찾아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돌아보고 그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리라.
책읽기에 관심을 가진 동안 지극히 개인적 관심사지만 그렇게 되짚어 보는 시간 속에 조선이라는 시공간이 있다. 지난 우리역사에서 삼국시대나 고려보다 상대적으로 멀지 않은 시간이기도 하고 그동안 여러 경로로 알게 된 것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나 둘 알아가는 과정이 늘 행복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그 시간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의 자취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한몫 톡톡하게 한 책이 이한우의 [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이다.
[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 이 책의 저자 이현우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지만 조선왕조실록을 7년여에 걸쳐 연구, 분석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다른 저서 ‘이한우의 군주열전’ 만 봐도 조선역사에 대한 사랑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저자의 조선 역사에 관심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선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정사와 다른 야사들을 비교 분석하며 저자가 주목한 57가지 특정한 사건들을 통해 조선 역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아버지와 형과 아들, 자신을 왕으로 만든 태종, 너희가 선조를 아느냐! 선조에 대한 오해를 풀다, 왕권과 신권, 실록에서 격돌하다, 충신과 간신을 논하다-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 이준경을 조선 최고의 정승으로 꼽는 이유, 이황의 유유자적 전국 유람, 문제의 술을 문제 삼지 않은 조선의 관가, 각양각색의 조선 사람들에게서 진짜 조선을 찾다, 도명이 골백번도 더 바뀐 충청도의 수난 시대 등이 57가지의 사건 중에서 내가 주목한 사건들이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사건들을 추적하고 비교 분석했다는 장점이 있어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애매하게 여겼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사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 이한우가 군주의 나라라고 칭한 조선 역사의 치열했던 왕권투쟁이나 파벌 간 죽기 살기로 싸웠던 당쟁뿐 아니라 조선 역사의 흐름에 따른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 그중에 귀족들이 사용했던 은이나 재 등의 호의 변화나 형제의 이름에 백년, 천년, 만년, 억년이나 희안, 희맹 사람들 이름에 나타난 시대에 따른 관심도의 반영, 이준경과 이황의 비교분석 등 흥미가 있으면서도 새롭게 역사를 보는 시각이라 생각된다.
이 책의 제목[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에서 풍기는 다소 도발적인 느낌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그가 파악하는 시각엔 우리가 배웠던 학창시절 역사와는 조금 다른 시각이 존재함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람이 있는 역사를 강조하고 싶다. 역사에 사람을 채워주는 일은 곧 역사와 삶을 만나게 하는 작업이다”라는 저자의 시각에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필이 권력이라면 그 역사를 해석하는 부분 역시 권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의 근대사의 흐름에서 분명 권력과 자유롭지 못한 역사해석이 존재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