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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옛 그림을 보았다
허균 지음 / 북폴리오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한 폭의 그림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고 본다면 억지일까?
작가가 화폭에 담고자 하는 것은 한 작가의 조그마한 소망일 수도 있지만 그 작가가 살아온 삶과 그가 성장해 온 시대가 함께 담겨져 있다곤 보면 좋을것이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친근한 그림에서 생소한 옛 그림에까지 그 그림속에 담겨진 이야기를
어려운 학문적 용어가 아니라 감정이 움직이도록 살명해 주는 책이 있다.
[나는 오늘 옛 그림을 보았다] 이 책은 그런 옛 사람들의 그림에 대한 충실한 설명을 하고 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 정선의 금강전도, 김정희의 세한도, 신윤복의 월하정인도, 김홍도의 선인기우도, 사임당 신씨의 초충도 등를 자연을 향한 마음 산수, 꿈과 자연에 묻힌 산수, 아주 멋있고 아름다운 풍속, 무애와 무법의 경지 사군자, 현실적 욕망 이상 민화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신잠의 탐매도를 보면 신잠이라고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화폭에 담긴 그 사람의 마음과 관심사를 소상하게 설명해 준다.
<매화라는 것이 과연 어떤 존재였기에 선비들이 눈 속에서도 매화를 찾아 헤메고, 끊임없이 시를 읖조리고 또 그림을 그렸을까?
매화에 대해 성산문은 그의 매은정시인에서 “나는 매화란 것이 맑고 절조가 있어 사랑스러우며, 맑은 덕을 가지고 있어 공경할 만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하였다.> (본문 33p 인용)
김홍도의 타작도를 보면서 <타작도는 수확기 농촌의 모습을 그인 그림이다. ...농부의 표정들이 모두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어서 힘든 노동 현장이 오히려 여유롭고 유연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타작도는 신분적 갈등과 대립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한 장면에 그린 그림이지만 현실 부정의 미,
...그런 현실적 갈등의 관계를 초월한 해학과 중용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149~150 인용)
이렇듯 그림에 대한 기술적인 해설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서 유추될 만한 배경이나 상황까지를 잘 이끌어주고 있다.
선비들의 고고한 정신 세계나 서민들의 생활을 돌아보며 그 시대 상황 뿐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며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유추해 보게 끔 한다.
이 책은 그림을 통해 선비들의 정신세계 뿐 아니라 그림 속에 숨겨져 있는
옛 사람들의 정서를 들여다보고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심상까지 읽어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고고한 정신세계를 포함하거나 때론 지극히 욕망의 표현 아니면 시대를 충실하게 반영한 그림들을 보면서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
진품명품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다루면서 그 가치를
가격에 치우치게 하는 면이 있어 안타까운데 그렇더라도 우리 옛 그림이나 문화재를
현대인에게 친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 다행이다.
서권기문자향(書卷氣文字香)이라고 했던가 그림은 한 개인의 유물에 그치는게 아니라
그림 속엔 그 사람의 정신세계와 생활철학이 베여있고, 시대를 반영한 옛 사람들의 소중한 정신문화 유산이기에 소중한 마음으로 반겨 맞이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