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어리연
불 밝힌다. 내 서 있는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다. 나침판이 방향을 알려주듯 밝힌 불은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렇게 밝힌 불은 투명하리만치 밝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길 위에 설 수 있는 힘이 된다.

가까이 꽃을 두고 싶고 틈만나면 꽃을 보는 이유가 어쩌면 이렇게 스스로 투명해지는 순간을 만나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노랑어리연'은 수생식물로 근경이나 종자로 번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연못, 늪, 도랑에서 자란다.

꽃은 6~9월에 황색으로 잎겨드랑이에서 하나씩 피며, 일출 이후 오전에 피기 시작해 오후 해지기 전에 시든다. '어리연꽃'에 비해 꽃은 황색으로 대형이고 가장자리에 긴 기둥모양의 돌기가 줄지어 난다. 관상용으로 심는다.

'노랑어리연'이라는 이름은 고인 물터에 사는 연꽃 종류를 닮았고, 잎이 작으며, 꽃이 노란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햇살에 비친 노랑어리연꽃을 보고 있으면 '수면의 요정'이라는 꽃말이 아주 잘 어울려 보고 또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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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선언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의 성(性)을 사용할 것이며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조상이 간섭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상이 함부로 손을 넣지 못하게 할 것이며
누구를 계몽하거나 선전하거나
어떤 경우에도
돈으로 환산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녕 아름답거나 착한 척도 하지 않을 것이며
도통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내 육체를 내가 소유할 것이다
하늘 아래
시의 나라에
내가 피어 있다

*문정희 시인의 '꽃의 선언'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모든 행동은 관계로부터 출발한다. 하여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변치않아야 하는 것은 있는 것이다.

79주년 광복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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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24-08-2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서러운 광복일이였지요
사진이
물의 질감이 서러움으로쇳물처럼 보입니다
각자 버티는 일이 힘든 염하지천에 건강하세오
 

 으름난초

무더운 여름날 제주도 숲에서 처음 봤다. 비가 오거나 습기가 많은 날이라서 제 색깔을 온전히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꽃 피었다는 소식에 첫만남의 기억을 가지고 길을 나섰다. 처음 가는 길이라지만 쉽게 찾을거란 믿음은 늘 함께 한다.

으름난초는 "우거진 숲 속의 부엽질이 풍부하고 부엽 아래에는 썩은 낙엽수목이 있으며, 낙엽수나 조릿대 군락 속의 습도가 풍부하고 반그늘 혹은 햇살이 오후에 많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자란다."

"꽃은 황갈색이고 꽃받침조각은 긴 타원형으로 뒷면에 갈색 털이 있으며 꽃잎은 다소 짧다. 입술모양꽃부리는 넓은 달걀 모양으로 황색이고 안쪽에는 돌기가 있는 줄이 있다."

숲 속에 군데군데 무리지어 핀 모습이 반갑기만 하다. 무엇보다 풍성한 모습이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여 보호하고 있는 처지라보니 더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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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개연
첫인상의 강렬함 보다 곁에 오래 머물게 하는 친근함이 있다. 간직하고 픈 느낌이 있고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거리를 둬야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곁에 머무는 것은 아는 이가 누리는 호사다.

노랑색에 붉은 꽃술의 어울림 만으로도 충분한데 물위에 떠 있으니 환상적인 분위기다. 멀리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5장의 노랑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라고 한다. 주걱모양의 꽃잎은 숫자가 많고 노란색이다. 수술 역시 노란색이다. 붉은색은 암술머리다. 이 붉은 암술머리가 남개연의 특징이다.

실잠자리를 만나 그들의 사랑놀음을 짧은 시간 함께 했다. 지난해 보다 조금은 부실한듯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긴 여름을 지나 가을 초입까지도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는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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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과 그늘 사이를

오가며 계절을 건너간다. 볕에 나서서 그늘의 소중함을 알고 그늘에 들어서야 볕의 존재를 확인한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에게 본질로 이끄는 힘으로 작용하니 무엇하나 사소하게 볼 일이 아니다.

진흙에 뿌리 내렸지만 꽃 피워 향기를 전하는 연꽃도 다르지 않다. 그 꽃이 지며 온 곳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사명을 마쳤으니 미련도 없을 것이다.

연꽃은 세상에 나와 반야(般若 : 일체의 사물과 도리를 밝게 통찰하는 더없이 완전한 지혜)를 얻었을까?

반야용선(般若龍船)이 경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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