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풀
이때 쯤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음을 아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꽃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무턱대고 찾아가 헤매다 결국 보지 못하던 때를 지나고 이젠 내 나름의 꽃지도를 만들었으니 헛탕치는 일은 많지 않다. 여전히 미 완성된 꽃지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촘촘해져 간다.

여러 '그곳' 중에 하나인 곳에 가면 볼 수 있다. 그곳의 주 대상은 노랑물봉선이지만 그보다 앞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대상이다.

연노랑의 꽃이 다닥다닥 붙어서 피었다. 다섯장의 꽃잎을 활짝 펼치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바짝 붙었지만 아랑곳 않고 핀다. 줄기 끝에 모여 피어 스스로를 드러내는데 유리한 모습이다. 이런 꽃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좁쌀풀은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좁쌀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좁쌀에 비교하지만 그것보다는 크다.

올해는 강원도 어느 길을 가다 지나친 꽃을 보고자 차를 세웠다. 길가에 무리지어 핀 꽃이 부지기수다. '잠든 별', '동심'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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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진달래
꽃을 보기 위해 간혹 북쪽으로 먼길을 나서기도 한다. 내가 사는 남쪽에서는 볼 수 없는 꽃들을 보기 위함이다.

그중 하나가 이 꼬리진달래였는데 볼 기회를 만나지 못하다가 드디어 올해 어느 계곡 물가에서 만날 수 있었다.

흰꽃이 줄기 끝에 둥그렇게 뭉쳐서 핀 모양이 몇몇 동물의 꼬리를 닮긴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꼬리진달래는 "경상북도·충청도·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는데, 양지바른 산지나 반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나 생장속도는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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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털이슬
초록이 대세인 숲에서 작디작은 꽃을 피운다. 일부러 찾아봐야 보일만큼 작지만 한번 눈에 들면 금방 눈에 띈다. 녹색과 흰색의 대비가 주는 선명성으로 인해 숲에서 살아가는 지혜로 보인다.

털이슬은 이슬처럼 매달린 열매에 털이 잔뜩 난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쥐털이슬은 그 털이슬 보다 작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털이슬, 쥐털이슬, 말털이슬, 쇠털이슬 등이 있는데 다 비슷비슷하여 구분이 쉽지 않다.

눈에 안보일듯 작은 꽃이 피지만 자세히 보면 모양도 색깔도 매력적인 꽃이다. "자세히 보야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와 아주 잘 어울리는 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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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리
여름을 대표하는 꽃은 당연코 나리꽃들이다. 내리쬐는 태양을 닮아 강렬한 기운을 전하고 있다.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소 직관적으로 붙여진 이름으로 구분되는 나리꽃들이다. 꽃이 피는 방향에 따라 하늘나리, 중나리, 땅나리로 잎의 나는 모양에 따라 말나리 등으로 다시 이를 서로 조합하여 부른다. 이 나리꽃들 중에 내가 사는 남쪽에서는 보기 힘든 꽃이 중나리나 하늘나리 등이다.
하늘나리는 백합과 백합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잎은 어긋나고 넓은 줄 모양이다. 꽃은 6~7월에 붉은색으로 피며 줄기 끝부분에서 위를 향해 핀다.

꽃보러 먼길 나선 길에 강원도 함백산 만항재를 찾았다. 지난해 보았던 자리에서 반가운 하늘나리를 다시 만났다. 붉게 핀 꽃이 풀밭 속에서 여기저기 솟아 찾는 이와 숨바꼭질 하고 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을 반짝이며 눈맞춤 한다.

노고단에서도 보았던 꽃을 다른 곳에서 다시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변치않는 귀여움'이라는 꽃말처럼 주목받기에 충분한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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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은근한 노랑색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길가에 무더기로 피어 있지만 주목하는 이가 드물다. 독특한 매력에 한번 보고 단번에 빠저들고 말았다.

왕과는 중부이남 지역의 빈터와 돌담장에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북한에서는 '쥐참외'라고 한다는데 열매와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열매를 확인하지 못해 특정할 수 없다.

잡풀 취급 받아 뽑히거나 배어내기 일쑤여서 지금은 쉽사리 볼 수 없는 식물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약재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니 수난 당하기는 매한가지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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