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수정초

가까이 두고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몰라서 못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알고도 때를 놓치거나 사정이 있어 못보게 되면 몹시도 아쉽다. 비교적 가까이 있어 많은 발품을 팔지 않아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습기를 많이 품고있는 건강한 숲에서 봄의 마지막을 장식이라도 하려는듯 불쑥 솟아난다. 무리지어 또는 홀로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멈칫거리듯 조심스런 모습이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는듯도 하다.

나도수정초는 부생식물이다. 부생식물이란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고 다른 식물에 의지해야 살 수 있는 품종을 말한다. 그래서 옮기면 죽는다.

나도수정초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수정난풀이 있다. 피는 시기와 열매의 모습 등으로 구분한다지만 수정난풀을 보지 못했으니 구분할 재간도 없지만 곧 만날 기회가 있으리라고 믿는다.

수정처럼 맑은 모습에서 이름도 얻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숲속의 요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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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장구채
솔밭 사이로 비치는 햇볕에 언듯 보이는 무엇을 놓칠 수 없었다. 살랑이는 바람따라 흔들리는 모습이 개구장이 처럼 다정하다. 서해안 바닷가 소나무를 닮은듯 늘씬한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바닷가에서 초여름 하얀색 빛이 도는 연분홍 꽃이 핀다. 두 갈래로 갈라진 꽃잎은 다섯장이다. 유사종으로 백색꽃이 피는 흰갯장구채도 있다.

장구채는 꽃받침의 모양이 장구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긴 줄기가 영락없이 장구채와 닮았고, 꽃이 피어 있는 부분을 보면 장구와도 비슷하다. 갯장구채는 사는 곳이 바닷가 근처라는 의미일테니 미루어 짐작된다.

갯가의 척박한 환경에서 고운 꽃을 피웠다. 같은 이름을 쓰는 장구채의 꽃말이 '동자의 웃음'이니 유사한 느낌으로 봐도 크게 차이는 없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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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난초
멀리서 들려오는 꽃피었다는 소식은 반가움과 함께 아쉬움도 동반한다. 여건이 허락해 볼 수 있으면 반갑지만 그렇지 못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새우난초가 피었다는 소식이 짠물을 건너올 때마다 아쉽기만 했다.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상황일 뿐더러 육지에서 들리는 소식도 북쪽으로 2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에 대한 부담이 있다.

지나고 보니 어쩌면 둘 다 핑개일 뿐이고 꽃이 보내는 유혹이 약했거나 보고 싶은 간절함이 부족한 탓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빈번하게 1박 2일 일정의 더 먼 거리도 훌쩍 길을 나섰던 일은 무엇이란 말일까?

새우난초는 제주도와 남해안 그리고 서해안 일부지역에 자생한다. 5월에 흰색 또는 연한 붉은색, 연한 자주색 등으로 피고 뿌리줄기가 새우등 처럼 생겼다고 해서 ‘새우난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마음도 움직였고 시간도 적절할 뿐만 아니라 선듯 일정을 변경해준 꽃친구가 있어 가능했던 새우난초와의 두번째 눈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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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위의 붉은 비단, 해당화海棠花

명사십리(明沙十里) 해당화야

꽃 진다고 설워 말며

잎 핀다고 설워 마라.

동삼(冬三) 석 달 꼭 죽었다

명년 삼월 다시 오리.

*해당화를 떠올릴 때 동시적으로 동반하는 것은 명사십리다. "북한의 원산 남동쪽에 있는 명사십리는 바닷가 약 8킬로미터가 넘게 펼쳐진 흰 모래밭으로 전국에 알려진 해수욕장이다. 여기에는 해당화가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붉게 피어 있고, 뒤이어 긴 띠를 이루어 곰솔 숲이 이어지며, 흰모래와 어우러진 옥빛 바다는 명사십리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명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서유구(徐有榘)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나오는 해당화다. “일명 해홍(海紅)으로, 조선의 해당은 중국 것과는 다르니 홍장미(紅薔薇)의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 강원도와 황해도 지역에 나는 금사해당(金沙海棠)은 뿌리도 없고 잎도 없이 바닷가 백사장에 흩어져 있는 짙은 붉은 색의 꽃이다. 바라보면 진 꽃잎이 땅위에 점을 찍은 것 같아서 아주 화려하지만, 이것은 해당의 별종이다.”

해당화로 이름난 곳은 관동에도 있다. 강원도 간성(杆城) 죽도(竹島)의 명사(明沙)와 울진(蔚珍) 망양정(望洋亭)의 십리명사(十里明沙)는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곳이다. 해당화가 만발할 때는 비단으로 수를 놓았다 할는지 한 폭의 그림이라 할는지, 아무튼 관동의 승경(勝景)이 바로 이곳에 있다고 한다.

明沙十里 海棠花는 望洋亭의 勝槪로다

名花一枝 꺾어들고 平海風光 희롱하니

白石靑松 練層軒에 月松亭이 상쾌하다

명사십리 해당화는 망양정의 승개로다

명화일지 꺾어들고 평해풍광 희롱하니

백석청송 연층헌에 월송정이 상쾌하다

경기민요 ‘노랫가락’에 등장하는 가사다. 매년 몇 차례 꽃을 보고자 경북 울진에 간다. 숙소 앞 망양 바닷가의 해당화를 보았다. 해당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찾다가 발견한 노래다. 반가움이 앞서 노랫말을 읽다보니 그 바닷가에 서서 바라보던 때가 저절로 떠오른다.

내 뜰에도 해당화가 핀다. 이곳으로 이사 온 해에 사다 심은 것으로 매면 꽃을 피워 반가움을 더해준다. 붉게 피는 해당화가 대부분이나 간혹 흰색으로 피는 꽃도 볼 수 있는데 오래 전 완도 어느 섬에서 본 후로 눈맟춤하지 못하고 있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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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기다렸다.

떠나온 고향에서 꽃 핀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여기서도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그늘과 습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라 아침 저녁 물을 주지만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을 것이다. 마침 내리는 비에 밖으로 내놓고 비샤워를 시켰다. 빗방울과 비의 무게에 꽃대를 숙이지만 좋아라며 소리치는 환호성이 들리는듯 하다.


꽃대에 실타래 처럼 더 풀어내놓을 꽃봉우리를 기다린다.

어떤 기다림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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