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위의 붉은 비단, 해당화海棠花
명사십리(明沙十里) 해당화야
꽃 진다고 설워 말며
잎 핀다고 설워 마라.
동삼(冬三) 석 달 꼭 죽었다
명년 삼월 다시 오리.
*해당화를 떠올릴 때 동시적으로 동반하는 것은 명사십리다. "북한의 원산 남동쪽에 있는 명사십리는 바닷가 약 8킬로미터가 넘게 펼쳐진 흰 모래밭으로 전국에 알려진 해수욕장이다. 여기에는 해당화가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붉게 피어 있고, 뒤이어 긴 띠를 이루어 곰솔 숲이 이어지며, 흰모래와 어우러진 옥빛 바다는 명사십리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명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서유구(徐有榘)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나오는 해당화다. “일명 해홍(海紅)으로, 조선의 해당은 중국 것과는 다르니 홍장미(紅薔薇)의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 강원도와 황해도 지역에 나는 금사해당(金沙海棠)은 뿌리도 없고 잎도 없이 바닷가 백사장에 흩어져 있는 짙은 붉은 색의 꽃이다. 바라보면 진 꽃잎이 땅위에 점을 찍은 것 같아서 아주 화려하지만, 이것은 해당의 별종이다.”
해당화로 이름난 곳은 관동에도 있다. 강원도 간성(杆城) 죽도(竹島)의 명사(明沙)와 울진(蔚珍) 망양정(望洋亭)의 십리명사(十里明沙)는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곳이다. 해당화가 만발할 때는 비단으로 수를 놓았다 할는지 한 폭의 그림이라 할는지, 아무튼 관동의 승경(勝景)이 바로 이곳에 있다고 한다.
明沙十里 海棠花는 望洋亭의 勝槪로다
名花一枝 꺾어들고 平海風光 희롱하니
白石靑松 練層軒에 月松亭이 상쾌하다
명사십리 해당화는 망양정의 승개로다
명화일지 꺾어들고 평해풍광 희롱하니
백석청송 연층헌에 월송정이 상쾌하다
경기민요 ‘노랫가락’에 등장하는 가사다. 매년 몇 차례 꽃을 보고자 경북 울진에 간다. 숙소 앞 망양 바닷가의 해당화를 보았다. 해당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찾다가 발견한 노래다. 반가움이 앞서 노랫말을 읽다보니 그 바닷가에 서서 바라보던 때가 저절로 떠오른다.
내 뜰에도 해당화가 핀다. 이곳으로 이사 온 해에 사다 심은 것으로 매면 꽃을 피워 반가움을 더해준다. 붉게 피는 해당화가 대부분이나 간혹 흰색으로 피는 꽃도 볼 수 있는데 오래 전 완도 어느 섬에서 본 후로 눈맟춤하지 못하고 있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