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불알꽃(복주머니란)
때맞춰 그곳에 가면 꽃 피어 반겨준다는 믿음이 주는 위로는 참으로 크다혹시 딱 하나 피는 곳에 조금 늦게 갔는데 보이지 않았다. 혹 무슨 변고를 당한 것은 아닐까?

붉게 염색한 조그마한 항아리를 달고 당당하게 서 있다. 특이하고 이쁜 꽃이 키도 제법 크니 쉽게 보인다. 이로인해 급격한 자생지 파괴가 일어났으리라 짐작된다. 그만큼 매력적인 꽃이다.

개불알꽃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꽃이 개의 불알을 닮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냄새 때문에 까마귀오줌통, 모양 때문에 요강꽃이라하며, 복주머니꽃, 작란화, 포대작란화, 복주머니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산림청에서 희귀식물로 지정한 보호대상종이다. '튀는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은 이꽃이 수난당할 것을 예고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올해는 다소 늦게 언 곳에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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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린재나무
이른봄부터 초여름까지 낮은 바닷가에서 높은 산 중턱에 이르기까지 꽃을 피운다. 꽃술의 독특한 매력에 꼭 찾아보는 나무다.

자작나무는 수피를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얻은 이름이라면 이 나무는 가을에 잎을 태우면 노란재가 나온다고 하여 노린재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작지만 다소 많은 꽃을 피워 흰색의 향연으로 이끈다. 은근한 향기 또한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유사종으로 흰노린재나무, 검노린재나무, 섬노린재나가 있다는데 직접 봤는지는 모르겠다.

열매의 색깔로 노린재나무의 종류를 구분한다는데 짙푸른색이면 노린재나무, 검은 빛깔을 띠면 검노린재나무, 푸른색이 너무 진하여 거의 검은빛을 띠면 섬노린재나무라고 한다.

이 꽃을 주목하는 다른 이유는 꽃이 떨어져 다른 나무나 풀 위에 살포시 않아 있는 모습이 이뻐서다. 온전한 모습으로 떨어져 한번 더 피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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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겁게 키만 큰 접시꽃

寂莫荒田畔 繁花壓柔枝 적막황전반 번화압유지

香經梅雨歇 影帶麥風欹 향경매우개 영대맥풍의

車馬唯見賞 蜂蝶徒相窺 차마유견상 봉접도상규

自慚生賤地 敢恨人棄遺 자참생천지 감한인기유

거칠은 밭두덩은 쓸쓸도 한대

연한 가지 누를 듯 꽃은 무성타.

궂은비를 지내어 향기 그치나

보리바람 띠워서 그림자 수긋.

수레타고 말 타고 찾는 이 뉠꼬

나비랑 벌이랑 엿볼 이 그뿐.

더러운 땅 생장해 내 탓 내 하지.

남더러 저 버린다 어찌 한하리.

*신라의 선인(仙人) 최치원(崔致遠)의 〈촉규화(蜀葵花)〉라는 시다. “이 시는 접시꽃을 아주 잘 그려 보였다. 특히 그 끝구에 “더러운 땅 생장해 내 탓 내 하지, 남더러 저버린다 어찌 한하리”운운한 것은 최치원이 촉규화를 빌어 자신에 빗댄 것이니, 신라 당시에 벌열을 숭상함이 고루(古陋)하다 할만하다. 꽃의 아름다움을 그린 이 시가 뜻밖에 이상야릇한 역사적 사실을 전해주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촉규화(蜀葵花)는 경기말로 어승어, 황해도말로는 둑두화, 남도말로는 접시꽃이라 한다. 그 꽃은 무궁화와 같으나 그보다는 오히려 더 크다. 이 꽃은 한 번 심으면 그 뿌리에서 줄기가 항상 돋아나는, 식물학상으로 이른바 숙근초(宿根草)이다. 싱겁고도 밋밋한 그 키가 7, 8척이나 된다. 〈화편(花編)〉에는 이 꽃을 무당에 비하였다. 혹 키가 크고 아리따워서 무당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원에 재배하는 풀꽃 치고는 키가 크기로 유명해서 일장홍(日丈紅)이란 별명을 얻었다. 꽃빛은 붉은 것과 자줏빛과 하얀 것이 있어 제각기 특별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데, 그중에서도 분홍 꽃이 가장 산뜻하게 곱다.”

요사이 한창인 꽃이다. 길을 가다 기어이 차를 세우고 눈맞춤 한다. 담장 밑에서 키를 키우고 바깥세상을 내다보는 모양새가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한때 유명했던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을 넘어선 무엇이 있다. 보는 이의 처지에 따라 고향을 떠올리거나 그리움 또는 애틋함 등 다양한 감정을 동반한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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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노랑이
확장 공사가 끝난 국도변에 못보던 꽃이 보였다. 차를 세우고 돌아서서 확인한 것이 서양벌노랑이였다. 서양이 있으면 토종도 있을 것이라 여기며 언젠가 보겠지 했는데 울진과 제주의 바닷가에 이어 남쪽에서도 보인다.

순하면서도 친근한 노랑색이다. 자잘한 꽃들이 모여 있어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서양벌노랑이의 꽃이 3~7송이씩 뭉쳐 피는데 비해 벌노랑이는 꽃이 1~3송이씩 붙는 점이 다르다. 구분이 쉽지는 않다.

노란 꽃이 나비 모양을 닮은데다 벌들이 이 꽃을 좋아하여 벌노랑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미 열매를 달고 있는 것을 몇개 얻어왔다. 뜰에 심어서 살펴보는 재미를 누리려고 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꽃말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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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란
불갑사 대웅전 옆 우물가에서 정갈한 모습으로 처음 만났었다. 스님들의 정성스런 손길로 곱게도 피어있었다. 그후로 공원의 화단이나 남의 뜰에서만 만나다 내 뜰에도 들였다.

지난해 바다를 건너는 다리를 지나 바닷바람 맞으며 홍자색의 꽃을 피운 자란을 보고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라 더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고흥 반도의 끝자락과 천사대교를 건너서 만났다.

조직배양을 통해 원예종을 재배되어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식물이다. 고운 색감을 전해주며 멋드러진 자태까지 겸비했으니 많은 이들의 눈도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 뜰에 들어온 두가지 색의 자란도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 풍성하고 고운모습으로 꽃을 피워 아침 저녁으로 눈맞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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