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其所友 관기소우

觀其所爲友 관기소위우

亦觀其所不友 역관기소불우

吾之所以友也 오지소이우야


그가 누구를 벗하는지 살펴보고,

누구의 벗이 되는지 살펴보며,

또한 누구와 벗하지 않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바로 내가 벗을 사귀는 방법이다.


*연암 박지원의 문집 '연암집'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글은 담헌(湛軒) 홍대용(1731~1783)이 중국에 들어가 사귄 세명의 벗인 엄성, 반정균, 육비와의 만남을 기록한 글 '회우록'을 지어 연암에게 부탁한 서문에 나오는 글이다. 홍대용과 이 세사람의 우정은 당시 널리 알려진 것으로 대를 이어 이어지며 사람 사귐의 도리로 회자되었다.


오늘날 sns에서 친구 관계가 형성되는 기본과정을 보는 듯하다. 친구의 친구로 이어지는 메카니즘이 사람사는 그것도 한치도 다르지 않다.


때죽나무 꽃 피는 때를 놓쳤다. 그 순한 색과 모여피는 모습, 물 위에 떨어진 모습까지 보고자 필히 찾아보는 꽃이다.꽃은 놓쳤으니 열매라도 볼량으로 눈맞춤 했다. 나란히 달린 모습에서 연인이나 친구 또는 형제나 자매 등 보는 이의 관심도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매번 찾아 눈에 담는 나는 '벗'으로 받아들인다.


연암과 그 벗들의 사람 사귐은 나의 오랜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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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하는 여승의 청초함, 도라지꽃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가 스리살살 녹는구나

*민요 도라지 타령 중 일부다.
“도라지꽃은 청초하다. 한자로는 길경화桔梗花다. 한 송이 푸른 꽃이 산뜻하게 피어 있는 것을 볼 때, 텁텁하던 눈이 갑자기 밝아지며 가슴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도라지에 대한 민요는 많으나 주로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인 것에 주목하고 관상용으로 꽃에 관한 이야기를 남긴 것은 드물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도라지꽃에 관한 옛시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화하만필에서는 “도라지꽃으로 말하자면 잎과 꽃의 자태가 모두 청초하면서도 어여쁘기만 하다”며 “다른 꽃에 비해 고요히 고립을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적막한 빈산에 수도하는 여승이 혼자 서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시골에 자리를 잡고 퇴근 후 주로 한 일은 소일삼아 동네를 둘러싼 야산을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한적한 산길을 걷다가 만난 산도라지 꽃이 어찌나 반갑던지 조심스럽게 만져보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요즘도 여전히 드문드문 만날 수 있지만 식용보다는 꽃으로 먼저 보이니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남쪽에 장마가 시작된다며 비오는 것보다 더 요란스러운 일기예보가 연일 이어진다. 비가 제법 내리고 잠시 소강상태에 길을 나섰다. 길가에서 한창 꽃 피어 손짓하는 도라지 밭을 보았다. 차를 돌려 그곳으로 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와 함께 한동안 눈맞춤 했다. 올해는 유독 여기저기 도라지꽃이 자주 보인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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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닭개비

아침에 일어나 산책하듯 뜰을 거닌다. 아침을 깨우는 새들만큼 부지런한 꽃이 환한 미소로 반긴다.

색의 조화가 만들어낸 절묘함이 있다. 어울림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듯 멋과 맛을 함께 보여준다. 만개한 널 보려면 햇살 환하게 비치는 아침이 좋다.

꽃은 5월경에 피기 시작하고 자줏빛이 돌며 꽃줄기 끝에 모여달린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3개씩이고 수술은 6개이며 수술대에 청자색 털이 있다.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날이 흐리거나 오후가 되면 시든다.

식물체를 통해 환경의 상태를 알아낼 수 있는 식물을 지표식물이라고 하는데 자주닭개비가 방사선에 대한 지표식물이다. 오랜 기간 동안의 방사선의 노출정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의 주변에 심고 있다고 한다.

자주달개비라고도 불리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자주닭개비가 추천명이다. 이 곱기만 한 꽃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외로운 추억', '짧은 즐거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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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맺히고

걸리고

잡히고

비로소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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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생꽃
깨끗하다. 맑고 순한 모습이 마냥 이쁘다. 순백의 아름다움이 여기로부터 기인한듯 한동안 넋을 잃고 주변을 서성이게 만든다. 막상 대놓고 눈맞춤하기는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이번으로 일곱번째 눈맞춤이다. 지난해는 먼길을 나서서 지리산 능선을 올라 만났었다. 지리산과 태백산의 꽃이 서로 다른 느낌이었는지라 이번엔 그 차이를 알고 싶었는데 다시 보니 같다. 다른 느낌을 받은 이유는 뭘까.

기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흰 꽃잎이 마치 기생의 분 바른 얼굴마냥 희다고 해서 지었다는 설이 있고, 옛날 기생들이 쓰던 화관을 닮아서 기생꽃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기생꽃과 참기생꽃의 구분은 애매한듯 싶다. 굳이 구분하는 입장에서는 잎 끝의 차이와 꽃받침의 갯수 이야기를 하는데 내 처지에선 비교불가라 통상적 구분에 따른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라고 한다. 태백산의 기운을 품어 더 곱게 피었나 보다. 기꺼이 먼길을 마다않고 발품 팔아 눈맞춤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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