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하는 여승의 청초함, 도라지꽃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가 스리살살 녹는구나

*민요 도라지 타령 중 일부다.
“도라지꽃은 청초하다. 한자로는 길경화桔梗花다. 한 송이 푸른 꽃이 산뜻하게 피어 있는 것을 볼 때, 텁텁하던 눈이 갑자기 밝아지며 가슴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도라지에 대한 민요는 많으나 주로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인 것에 주목하고 관상용으로 꽃에 관한 이야기를 남긴 것은 드물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도라지꽃에 관한 옛시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화하만필에서는 “도라지꽃으로 말하자면 잎과 꽃의 자태가 모두 청초하면서도 어여쁘기만 하다”며 “다른 꽃에 비해 고요히 고립을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적막한 빈산에 수도하는 여승이 혼자 서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시골에 자리를 잡고 퇴근 후 주로 한 일은 소일삼아 동네를 둘러싼 야산을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한적한 산길을 걷다가 만난 산도라지 꽃이 어찌나 반갑던지 조심스럽게 만져보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요즘도 여전히 드문드문 만날 수 있지만 식용보다는 꽃으로 먼저 보이니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남쪽에 장마가 시작된다며 비오는 것보다 더 요란스러운 일기예보가 연일 이어진다. 비가 제법 내리고 잠시 소강상태에 길을 나섰다. 길가에서 한창 꽃 피어 손짓하는 도라지 밭을 보았다. 차를 돌려 그곳으로 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와 함께 한동안 눈맞춤 했다. 올해는 유독 여기저기 도라지꽃이 자주 보인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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