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란초
울진, 망양. 이제는 눈에 익은 바닷가다. 몇 년 사이 주기적으로 방문했고 그때마다 눈맞춤한 꽃들이 있어 어디에 무슨 꽃이 피는지도 알게 되었다.

동해바다 해돋이 구경은 구름의 방해로 포기하고 꽃을 보고자 길을 나섰다. 바닷가를 따라 걸으며 눈에 띄는대로 눈맞춤 한다. 모래사장을 걷기도 하고 솔숲을 어슬렁거리는 시간도 좋다.

그렇게 만난 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꽃이다. 해란초海蘭草는 바닷가에 자라는 난초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짙고 옅은 노랑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꽃이다. 땅으로 기듯 자라는 줄기 끝에 모여 꽃이 핀다.

화려하지 않아도 이렇게 순하디 순한 꽃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 달성이라는 꽃말이 의외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호시우행 2023-08-12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만나는 꽃이라 관심이 쏠리네요.
 

연꽃

명리에 물들지 않는 고결한 군자

詠蓮 영련

風來水面遠飄香 풍래수면원표향

浮植亭亭異衆芳 부식정정이중방

料得濂溪當日愛 요득렴계당일애

非關翠蓋興紅粧 비관취개흥홍장

연꽃을 읊다

물 위로 바람 부니 멀리 향기 퍼지고

깨끗하고 곧게 자란 것이 뭇꽃과 다르네.

생각건대 염계가 당시에 사랑한 것은

푸른 잎과 붉은 꽃 때문이 아니었으리.

-이원, 용헌집, 권1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서른 일곱번째로 등장하는 이원(李原, 1368~1429)의 시 " 詠蓮영련"이다.

연꽃은 여름에 피는 수생식물로 전국 각지의 연못에 자란다. 꽃대 하나에 한 송이씩 달려 흰색 또는 연홍색으로 핀다.

주돈이의 '애련설' 이후 유학자들이 군자의 상징으로 여겨 많이 아끼며 즐겨 감상하였다. 주돈이는 연꽃을 사랑하는 이유로,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며,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기지만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고 겉은 곧으며, 덩굴을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으며, 꼿꼿하고 깨끗하게 서 있어서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느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연蓮은 연戀과 같은 음으로 연蓮은 사랑 또는 애정을 뜻하는 상징물로 취급되기도 하였다. 허난설헌의 시 '採蓮曲채련곡'을 들어 속마음을 드러내는 듯싶다가 다시 숨기는 처녀의 수줍은 심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경상도 민요 '연밥 따는 처자'도 결이 다르지만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

내게 연꽃은 어린시절 이후 사찰의 연못이나 동네 방죽에서 봐오던 익숙한 것이었다. 특별한 이유를 찾기는 어려우나 활짝 핀 꽃보다는 봉우리 상태나 아니면 꽃잎을 떨구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였다. 매년 빼놓지 않고 크고 작은 연방죽을 찾아 연꽃 보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지금 사는 곳에 연방죽은 없으나 마을 이름이 연화蓮花리다. 이래저래 연꽃향기 속에 묻혀 사는 샘이니 이만한 호사도 드물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벌노랑이

확장 공사가 끝난 국도변에 못보던 꽃이 보였다. 차를 세우고 돌아서서 확인한 것이 서양벌노랑이였다. 서양이 있으면 토종도 있을 것이라 여기며 언젠가 보겠지 했는데 울진과 신안, 제주의 바닷가에서 만났다.

순하면서도 친근한 노랑색이다. 자잘한 꽃들이 모여 있어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서양벌노랑이의 꽃이 3~7송이씩 뭉쳐 피는데 비해 벌노랑이는 꽃이 1~3송이씩 피는 점이 다르다. 구분이 쉽지는 않다.

노란 꽃이 나비 모양을 닮은데다 벌들이 이 꽃을 좋아하여 벌노랑이라 부른다고 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꽃말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읽는수요일

감나무쯤 되라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뻗을 때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뒤로 벋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 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껴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의 내 전(全) 설움이요 전(全) 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도 몰라, 그것을 몰라!

*박재삼 시인의 시 '한'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화등선羽化登仙
입추立秋라 그런걸까. 습기를 덜어낸 땡볕에선 잘 말라가는 풀 냄새가 난다. 뽀송뽀송하면서도 부서지진 않을 적당한 까실거림이 이 느낌과 비슷할까.

소동파가 유배지 황주에서 쓴 적벽부에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는 이야기 속 모델이 바로 매미다.

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陸雲은 한선부寒蟬賦에서 매미는 5가지 덕을 갖춘 익충益蟲이라고 평가했다.

학식文, 청결淸, 청렴廉, 검소儉, 신의信

머리에 관대가 있으니 문文이고,
이슬만 먹으니 청결淸하고,
곡식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니 청렴廉하고,
집 없이 사니 검소儉하고,
때를 맞춰 나타나니 신의信를 안다.

그래서 옛날 임금님들은 매미의 오덕처럼 선정을 펼치라는 의미로 매미의 투명한 날개를 형상화한 익선관翼善冠을 썼다고 한다.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간혹 부는 바람이 전하는 가을의 냄새를 놓치지는 말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