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

마지막 순간까지 붙들고 있다. 사명을 다하기 위한 근본 마음자리에 놓이는 것이 바로 간절함이다. 도달하고자는 곳, 이루고자는 바가 있다면 이 간절함에 의지해야 한다.

꽃은 한순간도 이 간절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지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내한다. 그것이 모든 생명이 담보하는 숙명이다.

미루고 미루다 더이상 어쩌지 못하고 막바지에 초조감을 안고 나선 길이다. 그 길 어딘가에서 두 마음이 하나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간절함, 당신과 내가 함께 설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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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바위솔

작디작은 것이 바위에 의지해 터전을 꾸리고 순백의 꽃을 피운다. 지나가는 바람과 안개가 겨우 인사를 건네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난쟁이바위솔'은 작고 바위에 붙어 살며 잎 모양이 솔잎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개가 많은 깊은 산의 바위틈에서 주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작고, 잎은 줄기 끝에 모여 있으며 끝이 뾰족하다.

꽃은 흰색과 연분홍색이다. 이 식물은 안개에서 뿜어주는 습기를 먹고 살아가기 때문에 안개가 자주 끼지 않는 곳에서는 꽃이 연분홍색으로 자라며 잎의 특성상 푸른색도 옅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수분이 많아지면 잎의 푸른색이 돌아오고 꽃도 흰색으로 된다.

꽃을 피워 스스로를 드러내고 그것으로 다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사람 사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척박한 환경에서 날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듯 '근면'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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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9-04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사진이네요.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한참동안 머물게 되네요.

무진無盡 2023-10-05 22:10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귀쓴풀

지리산 반야봉 당일치기를 감행하게 했지만 헛탕을 치고 말았다. 다음해를 기다려 가야산을 올랐다. 그후론 매년 가야산을 오른다.

자욱한 안개 속에 펼쳐진 고지대 꽃밭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키는 작고 색은 진하며 무리지어 핀 꽂들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장소를 바꿔 오르길 참 잘했다고 스스로를 연신 다독거린다. 여름 무더위 속에서 높은 산에 오르는 이유다.

작은 키에 가늘고 긴 가지가 많다. 그 가지 끝에 아주 조그마한 꽃이 핀다. 하얀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어 그나마 쉽게 눈에 보인다. 작아서 더 귀하게 보이는 꽃이 한없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네귀쓴풀이란 귀처럼 생긴 꽃잎이 4개로 갈라지며, 쓴맛을 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좌우 대칭으로 갈라진 꽃잎과 하얀색과 자주색 점 그리고 꽃술의 어울림이 참으로 이쁘다.

차로는 갈 수 없는 높은 산에서만 살아 보고 싶은 이들의 속내를 태울만한 식물이다. 여러가지 조건으로 만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한숨을 안겨주는 꽃이기도 하다. 지각知覺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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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장마 내내 하늘에서

늙어 가는 세월

億龍門僧 억룡문승

雪消庭畔蒼巖大 설소정반창암대

潮滿樓前落日紅 조만루전락일홍

惆悵高僧難再見 추창고승난재견

凌霄花老海雲中 능소화노해운중

용문의 스님을 추억하며

눈 녹으면 뜰에 커다란 바위 푸르고

만조 때 누각 앞에는 지는 해 붉었지.

슬프구나, 고승은 다시 만나기 어렵고

능소화만 운해 사이에서 늙어 가겠지.

-김창업, '노가재집' 권4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사십 오번째로 등장하는 김창업(金昌業, 1658~1721)의 시 "億龍門僧 억룡문승"이다.

능소화는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심어 기르는 덩굴나무다. 한여름에 주황색으로 피는 꽃으로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

凌霄花능소화, 이름 그대로 하늘을 침범하는 꽃이다. 벽이나 나무 등을 타고 올라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얻은 이름인듯 싶다.

일반적으로 능소화에 대한 이미지는 중국의 전설과 연관이 있다. 이쁜 궁녀(소화)가 임금의 성은을 입어 후궁이 되었지만 다른 여인들의 질투로 왕이 두 번 다시 소화를 찾지 못했다. 임금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에 지친 소화는 상사병이 들어 죽었고, 유언에 따라 담장 밑에 묻었는데 이듬해 여름날 그 담장 주변에 이름 모를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소화를 능가하는 꽃’이라 해 능소화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꽃이 귀한 여름에 화사하게 피는 능소화는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내리는 종이꽃 어사화로 능소화가 쓰여 양반들이 좋아하는 꽃이기도 했다. 흔치 않은 꽃이라 양반집에만 심었다고 해서 "양반꽃"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인용한 김창업의 능소화에 관한 시는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의미로 왜 인용했는지 의문이다.

요사이 능소화는 많이 보급이 되어 여기저기에서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담장이나 건물 벽과 어우러져 피는 모습은 장관이어서 많은 이들이 인증사진을 찍는 명소가 되기도 했다. 그중 한곳은 알 수 없는 이에 의해 잘려나가 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내가 사는 집 담장에도 능소화를 심었고 제법 모양을 갖추었다. 여름 내내 집을 들고나는 사람들에게 꽃이 주는 다양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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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귀쓴풀

지리산 반야봉 당일치기를 감행하게 했지만 헛탕을 치고 말았다. 다음해를 기다려 가야산을 올랐다. 그후론 매년 가야산을 오른다.

자욱한 안개 속에 펼쳐진 고지대 꽃밭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키는 작고 색은 진하며 무리지어 핀 꽂들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장소를 바꿔 오르길 참 잘했다고 스스로를 연신 다독거린다. 여름 무더위 속에서 높은 산에 오르는 이유다.

작은 키에 가늘고 긴 가지가 많다. 그 가지 끝에 아주 조그마한 꽃이 핀다. 하얀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어 그나마 쉽게 눈에 보인다. 작아서 더 귀하게 보이는 꽃이 한없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네귀쓴풀이란 귀처럼 생긴 꽃잎이 4개로 갈라지며, 쓴맛을 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좌우 대칭으로 갈라진 꽃잎과 하얀색과 자주색 점 그리고 꽃술의 어울림이 참으로 이쁘다.

차로는 갈 수 없는 높은 산에서만 살아 보고 싶은 이들의 속내를 태울만한 식물이다. 여러가지 조건으로 만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한숨을 안겨주는 꽃이기도 하다. 지각知覺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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