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말발도리

식물들의 사는 환경은 제 각각이다. 기름지고 볕 좋은 곳에 터전을 잡고 사는 식물이 있는 반면 옹색하기 그지없는 바위틈이나 돌 위에서 사는 종류도 많다. 어쩌다 운이 나빠 그런 곳에 자리잡은 것이 아니라 여기기에 척박한 곳을 근거지로 삼아 살아가는 종이 따로 있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 사는 다양한 모습을 떠올려 본다.

숲이 봄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 때에 생강나무, 히어리 등과 비슷한 시기에 핀다. 바위틈에 자리잡고 작은 종모양의 하얀 꽃은 아래로 향한다. 여린 가지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말발도리 종류의 꽃은 꽃이 진뒤 달리는 열매가 말발굽에 끼는 편자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매화말발도리는 다른 말발도리에 비해 일찍피며 꽃이 흰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부러 찾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른 봄이면 꼭 가는 곳에서 만난다. 땅 위 풀에 주목하는 시기에 나무로 시선을 옮기게 하는 꽃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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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모란의 연(緣)

어느 생에선가 내가

몇 번이나

당신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이 모란이 안다

겹겹의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물러 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가끔 내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의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소란으로부터

멀리 있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날 하고도 몇 날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이 모란이 안다

불면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

*5월은 모란와 관련된 시를 모아본다. 류시화 시인의 시 '모란의 연(緣)'이다. 삼백예순 날을 기다려 겨우 열흘 남짓 모란은 그렇게 지고 만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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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숲이다.

짙어지는 녹음 속으로 아직은 부드러운 햇살이 만나 꽃으로 피어난다. 잎과 햇살 사이를 부지런한 바람이 길을 터주고 있다. 숲이 주는 다독거림으로 옮긴 발걸음이 한없이 느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계곡을 오르다 올라다본 잎이 수줍어 보이는 것이 아직은 덜 여물었다. 잎만큼이나 수줍은 볕이 여름으로 가는 길목임을 알려주는듯 환하다. 아직은 겁먹지 말라는 위로와 함께.

적당한 그늘에 아무 곳이나 주저앉아도 좋다. 그렇게 멈춘 걸음에 나뭇잎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을 가슴에 품어 그 싱그러움을 채워둔다.

마주본 빛이 나뭇잎을 통과하는 동안 나도 빛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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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약이라고 했다.
몇 년 전 어느날 사진 한장으로부터 시작된 꽃앓이가 해가 지날수록 잠잠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져만 갔다. 꽃이 필 때가 되면 수시로 검색하며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다 마음졸이며 몇 해가 지났다.

그러는 사이 한 해에는 노고단 오르는 길에서 꽃봉우리 맺힌 것을 보았고 이듬 해에는 같은 길 다른 곳에서 꽃이 진 후의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숨바꼭질 만 하다 정작 꽃은 보지 못하고 말았다.

지난해에 문득 꽃친구가 몇 년 전에 올렸던 꽃사진을 찾았고 바로 전화를 걸어 꽃소식과 함께 보러가자고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에서 수줍게 핀 꽃을 처음으로 만났다.

재배하는 작약과는 다른 종류다. 깊은 산에서 자라며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잎의 뒷면에 털이 난 것을 털백작약, 잎의 뒷면에 털이 나고 암술대가 길게 자라서 뒤로 말리며 꽃이 붉은색인 것을 산작약, 산작약 중에서 잎의 뒷면에 털이 없는 것을 민산작약이라고 한다."

곱고 우와하고 단정하다. 달리 무슨 말을 더할 필요가 없다. 보고 있으면 순식간에 넋이 나갈 정도로 매력적이다. 갈증은 해소했으나 그리움이 커졌다. 꽃 필 무렵이면 산 넘고 물 건너 올 꽃소식에 목이 길어질 것이다.

귀한 마음 덕분에 올해는 편하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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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창초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땅에 풀들이 나서 파릇해질 무렵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보라색 꽃들이 여기저기 뭉쳐있다. 초록색의 풀들 사이에 있으니 더 빛난다. 어느덧 제 자리를 잡아가는 나무 사이사이 빈 공간에 민들레, 제비꽃, 광대나물들 틈 사이에 자리잡았다. 유독 작은 키지만 금방 눈에 띈다.

서리가 이슬로 바뀐 봄날 아침 털어내지 못한 이슬을 쓰고 피었다. 이슬방울과 어울어져 더 짙은 색으로 싱그럽게 다가온다. 무리지어 있기에 더 주목하게 된다. 하나하나 뜯어봐도 개성이 살아있지만 모여 그 특별함을 돋보이게 한다. 나약하고 여린 생명들이 사는 방법이다.

가지조개나물, 금란초, 섬자란초라고도 부르는 금창초金瘡草는 쇠붙이로 된 창, 화살, 칼 등으로 입은 상처가 난 곳에 이 풀을 뜯어 발라 치료 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때가되면 피고진다. 지금 내 뜰에 지천으로 깔렸다. 땅과 붙어서 자라는 쓰임새가 다양한 금창초는 '참사랑', '희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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