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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발란'
가까이 두고도 보지 못하는 꽃들이 있다. 이유야 많겠지만 때가 아닌 것으로 여기면 그나마 아쉬움이 덜하다. 이 식물 역시 그랬다.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와도 딱히 가볼 생각이 나지 않았다. 동행하는 벗이 있기에 볼 수 있었다.

연분홍 꽃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마치 하늘의 별들을 보는 것만 같다. 한참을 올려다보며 눈에 익히고서야 하나씩 눈맞춤 한다. 하나씩 피던 집단으로 모여 피던 환상적인 모습이다.

열악한 환경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시각이고 그 식물에겐 최적의 환경일 것이다. 바위에 붙어 생을 어어가는 그 절박함은 한치 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줄기에 잎이 붙은 모습이 기어가는 지네를 닮아서 지네발난이라고 한다. 멸종위기식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해와는 달리 여름 가뭄으로 상태가 좋지 못해 안쓰러운 마음이었다.

다소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이 함께한 벗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누려도 좋지만 함께 나누면 더 좋은 일이 점점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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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속)
특정한 꽃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여느 여름날 초등학생인 아이의 손을 잡고 지리산 칠불암에 올라 한적한 경내를 거닐다 언덕바지에 핀 상사화를 만났다. 그후로 여름이 끝나는 무렵이면 칠불암과 함께 떠오르는 꽃이다.
 
터전을 이곳으로 옮기고 나서 여러 종류의 상사화를 모았다. 각기 다른 색깔로 피며 특유의 느낌을 가진 꽃들이지만 몇몇은 구분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다양한 사연이 담긴만큼 하나하나가 특별하다.
 
한창 더울때 피는 상사화부터 구분이 쉽지 않은 붉노랑상사화과 진노랑상사화, 흰색의 위도상사화, 짠물 건너온 제주상사화와 매혹적인 붉은색 백양꽃 앞서거니 뒷서거니 피고 진다.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달려 있을 때에는 꽃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 다는 의미로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따지고보면 무릇 처럼 비슷한 식물이 있지만 유독 상사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늦거나 빠르다는 것은 사람의 기준이다. 꽃은 제 순리대로 알아서 핀다. 가장 늦은 흰색의 꽃무릇이 지면 꽃 따라 사람들 가슴에도 가을 바람처럼 그리움이 일렁일 것이다. '순결한 사랑'이라는 꽃말에 깃들 서늘함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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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바위취'
남덕유산을 오르는 지친 몸을 환영이라도 하듯 반짝거리던 모습으로 처음 만났다. 이후 가야산과 덕유산 향적봉 정상 바위틈에서 만나면서 반가움으로 눈이 반짝인다.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꽃으로 핀 듯하다. 유독 작으면서도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 모양이 꼭 그 별을 닮았다. 하얀 꽃잎 사이에 꽃술도 나란히 펼쳐진다. 험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피어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바위취는 바위에 붙어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바위취는 작은 바위취라는 뜻이라고 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비슷한 종류로 바위떡풀이 있는데 잎이 심장형인 것과 꽂 모양이 다르다.
 
높은산 그것도 바위에 붙어 살면서도 이쁜 꽃을 피우기까지 그 간절함을 귀하게 보았다.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로 그 수고로움을 대신 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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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채송화'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밤이슬로 목을 축이며 부는 바람에 숨 쉰다. 바늘잎 사이로 고개를 들고 노랑꽃을 피운다.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땅과 가장 가까이에서 빛난다. 그 삶에 조용히 미소 보텐다.

바위틈이나 햇볕이 잘 들어오는 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의 밑부분은 갈색이 돌며 꽃이 달리지 않는 가지에는 잎이 빽빽이 난다.

꽃은 8∼9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대가 없으며 가지 끝에 달린다. 산의 돌 틈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으며 여름철에 물가 근처의 돌 틈에서 볼 수 있다.

바위채송화란 이름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채송화라는 의미의 이름인데 채송화라는 이름이 들어간 건 잎이나 줄기가 채송화랑 닮았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사는 환경이 다르기에 사는 법도 그 삶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이 다름으로 인해 비로소 너와 내가 공존할 수 있는 근거와 존재의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태생과 자라는 환경에서 유래했으리라. '가련함', '순진함'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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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양지꽃'
환경을 따지지 않고 태어난 곳에서 주어진 생명의 사명을 다하는 식물을 볼때마다 숭고함마져 느끼게 된다. 땅이 갈라지는 가뭄 속에서도 바위에 터전을 마련하고 공기중 습기에 의존해 꽃을 피웠다.
 
높은 산 바위 위에서 꽃을 피웠다. 양지꽃은 양지를 좋아한다고 해서 양지꽃이라고 하는데 이른 봄에 핀다. 돌양지꽃은 양지꽃과 거의 같지만 키가 작고 꽃이 피는 시기도 늦봄이나 초여름이 되어야 핀다.
 
여름산을 오르는 길에 볕이 잘드는 높은 바위에 올라 낮게낮게 피는돌양지꽃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아웅다웅거리며 살았던 일상의 시끄러움을 잠시나마 것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높은산 바위틈에서 밤이슬과 안개를 의지해 살면서도 활짝 웃는다. 그래서 '행복의 열쇠', '사랑스러움', '그리움'이라는 꽃말이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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