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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문선 8 - 책과 자연 ㅣ 한국 산문선 8
서유구 외 지음, 안대회.이현일 옮김 / 민음사 / 2017년 11월
평점 :
사람을 중심으로 찾아 읽는 글의 매력
한국산문선 총 9권 중 두 번째로 만나는 책은 ‘책과 자연’이라는 부제를 단 8권이다. 8권은 권상신, 이옥,남공철, 심노숭, 서유구, 김조순, 김려, 정약용, 서기수 등 정조 시기에 교육을 받아 창작을 시작하고 순조 시기에 왕성하게 쓴 문장가 23명의 산문 70편을 엮었다. 이 시기는 앞 시대 영조 후기에 일어난 소품문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더욱 풍부한 문장을 펼친 때로 정조와 순조 연간에 이르는 때다. 여기에는 다양한 신분과 처지의 역량 있는 작가들이 도전적인 주제, 참신한 문체, 신선한 시각을 담은 새로운 글쓰기를 선보인다.
8권에 등장하는 23명의 인물 중 단연코 '이옥'(1760~1815)에 주목 한다. 이옥은 성균관 유생시절부터 소품문에 관심을 가졌으며 정조의 문체반정의 주요한 표적인 된 후에도 자신만의 특유의 문체를 지키면서 창작에 몰두한 인물이다. 대부분의 저술이 활발하게 교류를 가졌던 친구 김려가 편찬한 ‘당정총서’에 수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이옥의 글로는 여기에 수록된 글 말고도 심생전, 남령전, 가전 등이 수록된 ‘매화외사’와 남녀 사이의 애정 또는 시집살이의 고달픔 등의 내용의 시가 담긴 ‘예림잡패’가 있다. 그의 글이 전집으로 번역되어 있기에 별도의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정도로 흥미를 유발한다. 8권에 수록된 이옥의 글 중에서는‘밤, 그 일곱 가지 모습(七夜)’이 무엇보다 재미있다.
8권을 접하면서 새롭게 주목하는 인물은 권상신(1759~1825)으로 과거에 세 번 연속으로 장원 급제할 정도로 재주가 있었고 당시에 남공철, 심노숭, 김이양 등과 교류하였다. 내가 주목하는 그의 글은 ‘봄나들이 규약(南皐春約)’과 정릉유기(貞陵遊錄)다. 워낙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옛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지금 내가 누리고 싶은 마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8권의 부제가 ‘책과 자연’인 점이 이해되는 점은 많은 권상신의 정릉유기, 서영보의 자하동 유기, 이옥의 북한산 유기, 정약용의 수종사 유기, 박윤목의 수성동 유기, 서기수의 백두산 등반기 등 다수의 유기(遊記)가 실려 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특히, 서기수의 ‘백두산 등반기(遊白頭山記)’ㄹ르 통해 민족의 염원이 담긴 백두산의 옛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유기(遊記)를 통해 옛 사람들이 자연과 접하며 그 속에서 삶의 가치와 여유를 찾았던 모습을 통해 현대인들이 고달픈 일상에서 벗어나 주말마다 이산 저산으로 다니는 것이 같은 맥락으로도 이해됨직하여 미소를 지어보기도 한다.
옛글을 찾아 읽어가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의 중심에는 단연코 사람이다. 글 속에 담겨진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모습과 비교해가며 삶의 본질에 귀 기울이게 된다는 점이다. 신라부터 조선후기를 살았던 이들의 신문을 망라한 ‘한국 산문선’을 주목하여 읽어가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