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고 난 후 잊혀진 나무를 겨울에 다시 주목하는 것은 열매 때문이다. 파란색의 열매가 가을에 노랗게 익는다. 긴 열매 자루에 주렁주렁 매달려 다음해 여름까지 달려 있다. 달콤하여 먹을 수 있다고는 하나 알 수 없다.
오이씨처럼 생긴 씨는 무척 단단하다. 염주를 만들 수 있다 하여 처음에는 '목구슬나무'로 불리다가 이후에 '멀구슬나무'가 된 것이라 한다.
"비 개인 방죽에 서늘한 기운 몰려오고
멀구슬나무 꽃바람 멎고 나니 해가 처음 길어지네
보리이삭 밤사이 부쩍 자라서
들 언덕엔 초록빛이 무색해졌네······"
*다산 정약용의 농가의 늦봄田家晩春이란 시의 일부다. 남녘땅 강진 바닷가에서 유배를 살았으니 그때도 이 나무는 주목 받았나 보다.
초여름 꽃과 향기에 주목하여 꼭 찾아보는 나무다. 이 나무의 매혹적인 멋 때문에 '경계'라는 꽃말을 붙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