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이별을 한다.
해의 기운에 밀려가던 구름으로 시작된 하루가 참으로 요란하다. 서쪽부터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한바탕 비를 쏟아내고는 언제 흐리고 비가 왔냐는듯 햇살이 방긋하고 웃는다. 한번 이었으면 그러려니 할텐데 이러길 수차례 반복하며 변덕을 부리니 조화도 이런 조화도 없지 싶다. 다시, 불던 바람도 잠자고 구름이 걷힌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방긋 웃는다.
올 가을을 온통 사로잡았던 물매화가 씨방을 터트렸다. 눈에 보이지도 않은 씨앗을 다 보내고 난 후 오후 햇살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 한없이 느긋하고 온기마져 품은듯 따스하다. 생명을 품고 있는 본래의 바탕이 꼭 이와같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여 무심히 볼 수가 없다.
마른 땅에서 새싹이 돋고 잎을 키워내던 어느날 꽃망울을 올린때로부터 씨방을 터트려 씨앗을 퍼트린 이 모습까지 한 생을 지켜봤으니 함께 산 것이나 다름 아니다. 계절이 바뀌어 다시 잎을 내는 그때까지 속 깊은 이별을 한다. 그 자리에 퍼트린 다른 생명까지 함께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어디에 그처럼 한없이 고우면서도 때론 화사하기까지 한 모습을 담고 있었던 것일까. 가슴 속 따스한 온기로 생명을 품고 곱게 길어내 품에서 떠나보내고 난 여인네의 얼굴에 스며든 잔잔한 온화한 미소와 다르지 않다.
구름ㆍ비ㆍ햇살ㆍ비ㆍ구름ㆍ비ㆍ햇살 무한 반복되는 요란한 하늘 속에 온기를 품은 볕이 있듯 오늘 내 하루도 다르지 않다. 그것이 삶이기에ᆢ.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