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엔 눈이 온다고 반기는 분위기로 일색이지만 남쪽엔 볕 좋은 마알간 하늘에 흰구름 몇개 떠간다. 남으로 향해 벽을 등지고 볕바리기 하기에 딱 좋은 늦가을 오후다.
관방제림 한 쪽에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둥지가 놓여있다. 여름날이야 푸조나무 그늘에 들어 있으니 굳이 볕을 피한다는 명분도 필요없을테고, 더욱이 찬바람 부는 늦가을엔 볕드는 남쪽을 등지고 북으로 향하는 둥지는 더욱 쓸모가 없어 보인다.
세상에 무엇하나 쓸모없이 태어난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마는 저 뎅그런이 놓인 둥지에 들고픈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늦가을 낙엽진 관방제림을 반백의 머리를 날리며 홀로 걷는 객의 마음도 다독이지 못하니 그 쓸모를 더욱 의심케하기에는 충분하다.
지나온 길 돌아가 슬그머니 둥지 속을 엿보는 심사는 또 뭘까. 무르익은 가을이 급하게 저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