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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은 어디서 그렇게 아름다운 상처를 얻어 오는가
김보일 지음 / 빨간소금 / 2017년 10월
평점 :
자잘한 일상의 감동이 더 크고 깊은 울린다
매일 기다려지는 글이 있다. 페이스북에 날마다 그림과 함께 올라오는 한편의 글에서 전해지는 울림은 은근하면서도 오랜 여운을 남긴다. 그 여운을 간직하고자 일부러 찾아가 읽는 것으로부터 출발한 관심이 이 책에 주목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짧은 글과 독특한 그림이 어우러져 전하는 감동을 책장을 넘기며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마음도 곁들여 있다.
"독서는 세상으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려는 내 일탈의 욕구에 가장 적합한 놀이였다. 체계도 없고, 거창한 자기 이념도 없이 오직 책읽기의 쾌감을 좇는 나는 독서의 쾌락주의자였던 셈이다."
유독 친근하게 읽히는 저자의 고백은 나 역시 일상에서 책을 손에 놓지 않고 산다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다른 남독가濫讀家로 알려진 저자는 매달 30권의 책을 사고 해마다 300권의 책을 미련 없이 버린다고 한다. 저자가 펼치는 이야기 근간은 이렇게 수없이 읽었던 책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작은 책 속에 짧은 이야기를 크고 깊은 이야기로 읽을 수 있는 배경은 여기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120여 편의 짧은 이야기의 대부분은 일상에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자잘한 깨달음과 감동을 솔직하면서 담담하게 그려가고 있다. 그 속에는 웃음과 슬픔을 동반하는 소통의 순간들이 담겨 있으며, 누구나 비슷한 듯 보이는 일상을 살지만 아무나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관찰과 사유의 결과가 소박하게 그려져 있다. 짧은 이야기이기에 단숨에 읽을 수 있지만 다시 돌아가 천천히 읽으며 곱씹어 보게 된다.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글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글로 그리고 그림으로 쓴”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산문집에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그림으로 쓴 글’이다. 지극히 단순하지만 형상화된 60여 편의 이미지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담은 저자의 의도와 읽어가는 독자의 소통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매개하는 훌륭한 그림은 그림만의 독자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기도 한다.
“깨달음도 재미고, 감동도 재미! 아무런 의무감 없이 오직 재미로만 읽는 독서를 최고로 생각하고, 무엇을 쓸까보다는 무엇을 읽을까를 먼저 고민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늘 상 책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묻는다. 무엇 때문에 눈 빠지도록 책을 읽느냐는 것이다. 난감할 때가 많이 웃고 말지만 그 바탕엔 “의무감 없는 재미”가 있음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지인들에게 ‘뵐 선생’으로 통하는 저자의 잔잔한 미소가 피어나게 하는 가슴 따스한 이야기기를 통해 일상에서 느끼는 삶의 지혜를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