仰面問天天亦苦

고개들어 하늘에게 묻노니
하늘 또한 괴롭다 하네.


혼자 끙끙 앓다가 세상일 어찌 이리 불공평하냐고 따져 물었다.
하늘이 대답했다.
"나도 괴로워 죽겠다. 이 녀석아!
내게 따져 묻지 마라.
너 혼자 삭여야지 내게 물어 어쩌자는 게냐."


*명나라 때 사람 장호張灝의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의 내용을 담은 정민의 '돌 위에 새긴 생각'에 나오는 전각과 그에 관한 풀이다. 삼라만상이 내는 모든 시름 다 듣고도 아무말 못하는 하늘도 힘들겠지만 '하늘'이라는 이름값 해야하니 어쩔 수 없다. 다 듣고 또 들어줘야하는 것이 하늘의 운명인 게다.


*창호지 문살로 스며드는 햇살에 의해 눈 뜨면서부터 해질무렵 산 그리메에 붉음 속내를 털어놓는 노을까지 수시로 보는 것이 하늘이다. 하늘을 보는 창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때론 나무도 달도 해도 구름도 어쩌다 날아가는 비행기도 데려다 놓고 그 하늘 품에 기대어 시름을 놓는다.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에 무얼 소망하는 바를 담지는 않는다. 그냥 무심히 바라볼 때의 그 하늘이 주는 위안을 알기 때문이다. 단 한번도 같은 모습이 아니었던 하늘의 표정은 어쩌면 뭇생명이 하늘을 보며 쏟아냈던 시름의 다른 모습은 아니었을까. 하늘은 빛과 색의 농담濃淡으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토로吐露할 수 있을때 주저없이 하고 들어줄 수 있는 때는 말없이 품어줄 수 있어야 한다. 하늘이 제 이름 값을 하는 그것 처럼. 내가 하늘인 때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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