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틈에서 시작되었으리라. 땅에서 솟아난 바위에 바람과 물, 차갑고 더운 공기가 서로서로 조금씩이나마 수고로움을 보테는 동안 영겁의 시간이 흘렀고 이만큼 크기의 문을 열었다.
안과 밖, 들고 남, 이곳과 저곳을 구분해주는 경계로 작용하지만 닫아두지는 않는다.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로 세상 소식을 듣는다. 붙박혀 있지만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다. 때론 걷고 날고 기어가는 생명들이 안식처를 찾아 들고나는 문이기도 하기에 스스로를 닫는 일은 결코 없다.
일없다는 듯 들고 남을 수없이 반복해 본다. 어둠도 보고 밝음도 보고, 바닥도 천장도 보면서 벽에 기대기도 하고 살며시 쓰다듬어 보기도 한다. 영겁의 시간이 쌓여오는 동안 유정무정의 생명들에 의해 무수히 반복되었을 장면을 떠올리면서.
저물녘의 성급함처럼 급격히 어두워지던 하늘에서 기어이 비를 쏟아내고 만다. 언제나 가을 단풍이 내장산을 넘어와 강천산 계곡에 당도할 때 쯤이면 비가 내려 가을을 더 깊은 곳으로 몰아가곤 했다. 그런날들 처럼 은근히 기다리던 비라 반가운 마음이지만 겉으로는 민망하여 내색도 못하는 속내가 단풍처럼 울긋불긋 물들고 있다.
오는 비 그치면 바위문을 나서 다른 세상을 만나듯 경계를 넘어선 다른 가을을 만날 것이다. 이제부터 난 내 가을을 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