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과 겨울의 들머리가 공존하는 11월의 긴 하루가 깊었다. 새벽 찬서리를 마련하느라 밤기온은 내리막길을 치닫고 음력 9월 열사흘달 환하다.


밤의 차가움과 낮의 뜨거움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단풍은 더 곱게 물들고, 꽃은 향기를 과일은 맛을 더하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좁혀준다. 달빛의 속삭임에 손바닥만한 뜰을 거닌다. 달빛에 솟아나는 노오란 소국의 짙은 향기로 가을을 고유했던 시간의 흔적을 더듬는다.


경계라고 쓰고 공유라고 읽는다. 나와 너를 구분하고 벽을 쌓는 경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스며들어 닮아가는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무엇을 나누고 가두어 대상과 나를 격리하기보다는 틈을 내어 벽을 허물고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 틈을 허락하는 마음씀의 자리다.


대상과 내가 공존하기에 가능한 눈맞춤의 순간이다. 마음에 틈을 내어 머뭇거림을 쫓는다. 굳이 먼동이 트는 시간이나 노울이 지는 때를 기다리지 않아도 좋다. 가을이 허락한 일이기에 순리에 따를 뿐이다.


"너인가 하면 열사흘 달빛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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