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건네다'
-윤성택, 북레시피


어느해 늦가을, 떨어진 상수리나무 잎의 바삭거리는 소리에 취해 공원을 걷다 나무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 들었다. 문장과 문장 사이를 건너가는 시간이 길어지며 한기가 파고들어 어께를 움츠리는 순간이었다. 툭~ 하고 등 뒤에서 나는 소리에 돌아보니 상수리하나 보도블럭을 굴러 내려오고 있었다.


상수리가 발밑까지 굴러와 멈추기까지 짧은 시간동안 문장과 문장 사이를 촘촘하게 막아서던 혼란스러움은 이내 사라지고 난 뒤 뭔지모르게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한 것이다. 떨어지는 상수리 열매가 떨어지는 순간부터 발밑에서 멈춘 순간까지의 '톡~ 데구르르' 그 소리는 상수리가 건네는 마음의 온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때의 느낌이 온전히 살아나는 말 '마음을 건네다'를 손에 들고 소나무 밑에 앉았다. 첫장을 넘기기가 주저해지는 것은 무엇을 알아서가 아니다. 시인인 저자도 저자의 시도 접해보지 못했지만 당신에게 '마음을 건네다'는 말이 품고 있는 온도를 짐작하기 때문이다.


구름 한점없는 파아란 하늘이 그때 그 공원의 하늘과 닮았다. 손 안에서 감기는 책의 첫장을 연다. 이 책으로 내 가을이 더 깊어지라는 예감과 함께 그때 내게 마음을 건네던 상수리나무의 열매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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