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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글, 뜻
권상호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9월
평점 :
글자에 담긴 뜻을 따라서
말은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소리로, 그 소리에는 뜻이 담겨 있어야 하며, 상대방과 소통의 수단이다. 소리가 가진 뜻을 형식을 갖춰 담아내는 것이 글이며, 말과 글은 생각이 전재가 되어야 한다. 생각을 담아 전하는 말에 담긴 뜻을 표현하는 것으로 글자가 있다. 이런 글자 중에 한자와 같은 표의문자가 있다. 표의문자는 글자 하나가 의미의 단위인 형태소(대개는 단어) 하나씩을, 더 정확히 말하면 그 형태소(및 단어)의 의미를 대표하는 문자체계라고 한다.
저자 권상호의 책 '말, 글, 뜻'은 이런 문제체계에 주목하여 생각을 담은 글자의 본래적 의미를 찾아보고 그 글자 안에 담긴 뜻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여 ‘깊이 있는 사고’에 도달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대인이 다양한 이유로 잃어가는 생각에 주목하여 일상에서 사용되는 말과 글 속에 담긴 뜻을 생각해 보자고 한다.
오래전 창문을 뜻하는 한자 창窓 의 의미를 파자풀이해보면 마음心애 구멍穴을 뚫어 들어오고 나감의 공간을 만든다는 해석을 만난 이후 한자가 가지는 이런 의미에 주목해 왔다. 이 책 '말, 글, 뜻'은 바로 그렇게 한자를 파자풀이하면서 본래적인 뜻과 파생되는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기쁠 희喜는 북 고鼓의 생략형인 악기 이름 주壴 밑에 입 구口가 붙어 있는 글자다. 북을 치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모습이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성낼 노怒는 종 노奴 + 마음 심心으로 이루어졌다. 슬플 애哀는 슬픔을 못 이겨 입口을 벌리고 우니 옷衣이 다 젖는 모습이다.”
이처럼 본문에 수없이 등장하는 한자를 하나 둘 따라가다 보면 뜻밖에 생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본래 한자가 가지는 의미가 그런 것으로부터 유래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집중하여 읽어가는 도중에 저절로 이해되는 글자와 글자의 조합인 단어까지 이해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학문적 접근이 아니기에 친근하고 익숙하다. 단지 한자의 파자풀이로 다가오기 보다는 일상 속에서 익숙한 글자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한층 더 깊게 들여다보는 기회가 된다. 이 모든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특정한 틀 없이 이어지지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특히 마지막 “굽이치지 않고 흐르는 강물이 어디 있으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에 포함된 글은 저자의 깊은 사색의 결과가 어떤 생각으로 펼쳐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어 흥미롭다.
뜻을 잃어버린 말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생각과 느낌을 담아 전하는 말과 글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볼 소중한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