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의 날, 밤이 깊었다.
상강은 낮엔 맑고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 수증기가 엉겨 서리가 내리는 때를 말한다. 늦가을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남보다 일찍 맞이하던 계절의 변화를 올 가을은 유독 더디게 알아차린다. 서리라도 내려야 가을 온 줄 알 수 있으려나 싶었지만 여전히 늦다.
서리 내리면 급격한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늦게까지 피어있던 꽃은 금방 시들고 단풍들어가던 나뭇잎은 더욱 선명한 색으로 변하며 이내 땅으로 떨어진다.
상강이 지나면 빛이 더욱 귀하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으로 옷깃을 여미게 될 때이므로 허한 속내를 다독여도 눈치 보지 않아도 좋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더욱 가까워져야 함을 강제하는 때라서 그 핑개삼아 서로의 마음끼리 의지하기도 좋다.
모든 꽃을 시들게 했으니 그 값이라도 치르듯 스스로 꽃으로 피어난다. 이제 지상에는 향기없는 꽃으로 물들어 갈 것이다. 서리꽃이 그것이다. 맞이하는 새벽 서리꽃 필까?
가슴에 서릿발 내리기 전에 마음깃 잘 여며두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