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귀한 가을날이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한 구름이 낮게 드리운 하늘에 틈이 생겼다. 잠깐 빛이 드는가 싶더니 이내 흐려지고 만다. 그 잠깐의 틈이 귀한 모습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기에 향기에 끌려가 곁을 서성이다 향기에 버금가는 색감에 마음이 꿈틀하던 나무 그늘에 들었다.

둥지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잡힌 금목서의 꽃 한송이가 허공에 머물러 있다. 굳이 거미와 다툼을 할 것도 없는 빈 곳이라 다행이다. 주인이 떠난 곳에 객이 들어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그것도 잠시 뿐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언제 떨어질까는 관심사가 아니다.

보이지도 않은 외줄에 걸린 꽃송이가 천연덕스럽게 그네놀이에 빠져 있다. 이미 떠난 곳에 대한 마음은 접었으니 잠시 유희를 즐겨도 좋다는 심사일지도 모른다. 슬그머니 꽃에 마음 실어 무게를 더해보고픈 심술을 부려보고도 싶지만 아직 나무에 붙어 있는 꽃에게 민망하여 미소짓고 만다.

잠시 멈춘 걸음이 그 곁에 오랫동안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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