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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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낯선 시간으로의 여행

글은 작가를 담아내고 작가는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한다동시대를 담아내는 작가와 작품은 그 진정성과 방향에 의해 이를 공감하는 독자들과 소통하게 된다하여작가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서를 대변하고 이를 표현하기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작가 김훈을 주목한다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고 필요할 때 필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그 모습이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자전거 여행풍경과 상처현의노래칼의 노래남한 선성 등으로 만났던 김훈의 작품은 무엇이든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이번 작품 공터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미루기만을 반복하다 이제야 손에 들었다왜 그런 것인지 이유는 모른다책에 대한 어떤 이야기일지라도 애써 귀를 닫았고 이제 막상 손에 들었지만 아직 표지도 열어보지 못했으니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다세상을 향해 가슴을 열어 두며 때를 놓치지 않고 지성인의 목소리 냈던 김훈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 참이다.

 

마씨馬氏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 마동수와 그의 삶을 바라보며 성장한 아들 마차세로 이어지는 가족사를 통해 역사의 굴곡이 한 가정과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담담하게 그려간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있었고 또 있을 법한 이야기다애써 과장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축소하거나 외면하지도 않는다강물이 도도하게 흘러가는 것과 같이 역사의 구비마다 겪게 되는 부침을 받아드리면서 삶을 지속하기 위해 일상을 살아왔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그 중심에 가족이 있다아버지와 어머니,부모와 자식형과 내가 전통사회의 가족과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어쩌면 우리 사회의 단면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닌가도 싶다.

 

시간을 거슬러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무렵부터 시작된 이야기다일제강점기해방, 6.25, 4.19, 5.16, 5.18, 6.10 굵직한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조차 힘겨웠던 나날들이 이어지는 격동의 시간이었다그 시간을 관통하는 이야기의 흐름이 지극히 단조롭고 건조하게 이어진다무성영화를 보듯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구경꾼으로 곁눈질하는 듯 이야기 흐름에 감정이입하는데 커다란 장벽이 있는 듯하다.

 

세상을 무섭고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그것처럼 누구도 비켜설 수 없는 이야기지만 막상 마주대하기에 선 듯 용기를 낼 수 없는 이중성으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를 가둬버린 것은 아닐까그 막연함이 텅 비어버린 공간 속에 홀로 존재하기에 버거운 그것과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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