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를 스치는 바람결에 한기가 엄습한다. 애써 움츠러드는 어께를 펴며 먼산을 넘어오는 '는개'를 시린 가슴으로 바라본다. 비가 전하는 마음이 서늘타.

비가 오신다

서울이나 광주에서는 
비가 온다는 말의 뜻을
알 수가 없다
비가 온다는 말은
장흥이나 강진 그도 아니면
구강포를 가야 이해가 된다
내리는 비야 내리는 비이지만 비가
걸어서 오거나 달려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어떨 때 비는 싸우러 오는 병사처럼
씩씩거리며 다가오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그 병사의 아내가
지아비를 전쟁터에 보내고 돌아서서
골목길로 걸어오는
그 터벅거림으로 온다
그리고 또 어떨 때는 
새색시 기다리는 신랑처럼
풀 나무 잎술이 보타 있을 때
산모롱이에 얼비치는 진달래 치마로
멀미나는 꽃내를
몰고 오시기도 하는 것이다.

*이대흠의 시 '비가 오신다'의 전문이다. 걸어오는 비와 맞짱이라도 뜰 것처럼 호기를 부르던 때가 있었다.

비를 품고 비를 맞고 비를 바라보다 비를 기다리며 비와 눈맞춤해본 이들은 다 알 수 있는 감성이다. 일없이 오며가며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정을 다 쏟아내지도 못하면서 는개와 몸의 언어로 대화를 나눈다. 

"내리는 비야 내리는 비이지만 비가
걸어서 오거나 달려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는개의 일없다 다독거리는 마음이 흰머리에 은방울꽃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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