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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더불어 - 신영복과의 대화 ㅣ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평점 :
다시 불러보는 이름,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돌베개, 1998년) 이후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놓치지 않고 보아오다 '강의'와 '담론'에서 머뭇거렸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이제야 짐작이 간다. 짐작이 간다는 것은 그간 신영복 선생님을 이해하는 바가 단편적이었다는 것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많은 배움을 받으며 혼자 따르게 되었던 것 역시 무관하지 않다. 또한 발간되는 책을 중심으로 언론에 등장하는 글을 통해 선생님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알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선생님의 일상에서 앎과 삶의 조화를 떠올렸던 것이 사실상 전부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편견은 신영복 선생님의 1주기를 맞아 기획된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 신영복 1주기 특별기획”에 포함된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와 ‘손잡고 더불어’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보여 진다. 우선 신영복 선생님을 떠올리면 바른 가치관과 바른 삶의 태도로 곧은 선비라는 인상을 떠올리며 그 틀 속에 갇혀 동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가 아닌 시대의 스승으로만 바라본 시각에서 보다 확장된 이해의 폭을 바탕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시된 것으로 볼 때 “만남,신영복의 말과 글”은 의미가 크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신영복과의 대화라는 부제를 건 ‘손잡고 더불어’는 선생님이 20년 20일의 수형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이듬해인 1989년부터 타계하기 직전인 2015년까지 나눈 대담 중 선생의 사상적 편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담 10편을 가려 뽑아 수록한 대담집이다. 25년 동안 김정수, 정운영, 홍윤기, 김명인, 이대근, 탁현민, 지강유철, 정재승, 이진순, 김영철 등 가톨릭 사제, 경제학자, 철학자, 문학평론가, 언론인, 문화기획자, 과학자 등의 인터뷰어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연대순으로 실려 있다. 신영복 선생님의 수많은 인터뷰 가운데 선생의 육성과 사유가 오롯이 담긴 대담을 선별하여 수록하였다. 대담 당시의 사진이 기록의 생생함을 더했다.
“한 사람의 일생이 정직한가 정직하지 않은가를 준별하는 기준은 그 사람의 일생에 담겨 있는 시대의 양(量)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비켜 간 삶을 정직한 삶이라고 할 수 없으며 더구나 민족의 고통을 역이용하여 자신을 높여 간 삶을 정직하다고 할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시점을 달리한 대담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신영복 선생님의 일생이 담겼다. 어린 시절로부터 중고등학교를 포함한 학창시절, 4.19이후 정치정세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감옥 그리고 출소 후 생활에 이르기까지 선생님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양심적으로 시대를 살아간 정직한 어른 신영복, 시대의 어른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보여 진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길게 보면서, 먼 길을 함께 걸었으면 합니다. 저도 그 길에 동행할 것을 약속드리지요.” 선생님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손잡고 더불어 함께할 우리 모두가 걸어 가야할 길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