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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 신영복 유고 ㅣ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평점 :
그리워 다시 부르는 이름, 신영복
여전히 글이 가지는 힘에 대해 생각한다. 당연히 글의 힘이란 무엇인가도 함께 따라 붙는다. 여기에서 주목하는 것은 누구의 글인가라는 사람이다. 지은이를 떠난 글이 독립적으로 힘을 가진 경우가 없진 않을 것이지만 글쓴이와 결부되었을 때 글이 가지는 힘은 배가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시대의 어른으로 주목받는 이들 중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신영복이다.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당연히 책을 통해서다.1988년 출간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당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며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우선 책을 출간한 사람이 통혁당이라는 사건관련자로 20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하였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글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내용이 담고 있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주요한 이유였다고 생각된다.
그로부터 오랫동안 발간되는 책을 통해 만남이 거듭될수록 글이 가지는 힘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곧 글을 통해 내 일상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게 되었다. 한 번도 직접 대면하지도 않았으면서 시대를 공감하고 삶을 꾸려 가는데 필요한 적절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가까운 어른과도 같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고 작고 하진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그 역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는 신영복 선생(1941~2016)이 생전에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재구성하다. 생전에 책으로 묶이지 않은 글들을 모은 유고집이다. 특히 20대 청년 시절 신영복의 자취를 보여주는 글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지극히 단편적으로밖에 알 수 없었던 신영복의 성장배경이나 청년 시기에 겪었던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선생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에 충분하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강물따라 가고싶어 강으로 간다/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넓은 세상 보고싶어 바다로 간다”
이 노래는 쉽게 부르는 동요다. 하지만 신영복 선생님에게 이 노래는 그저 동요일 수는 없었다. 갇힌 몸으로 냇물이 흘러 강으로 바다로 가듯 감옥 담장을 넘어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을 심정이 짐작케 하는 노래다. 이처럼 노래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얼굴을 위하여’라는 200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중앙일보에 발표한 글처럼 시대를 뛰어 넘어 세상을 보는 혜안을 담고 있다.
긴 겨울 광장에서 촛불로 이뤄낸 국민의 힘으로 나라와 국민을 대표할 대통령을 뽑는 선거기간이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이때 신영복 선생님이 생존에 계신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무엇을 어떻게 판단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지 선생님의 글을 통해 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7년 우리 모두는 어른이 그리운 시대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