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나무에 물오른 흔적이 여실하다. 등치와는 어울리지 않은 연약한 잎을 내밀며 심술궂은 봄바람의 장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높은 하늘을 향한 꿈을 키워간다. 큰나무 밑에 서면 나도 따라 커가는듯 젖힌 고개가 아프도록 나무따라 하늘만 바라본다.

키만 키우느라 여물지 못한 나무는 자신의 그늘로 생명을 불러들이지 못하고, 나이만 먹어 허점 투성인 나이든 사람은 제 품에 사람을 품지 못한다.

나이든 나무와 사람에게 쓸데없이 또 한번의 봄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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