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토닥토닥토닥ᆢ. 봄의 심술궂음이 열어젖혀 속절없이 일렁이는 가슴이라도 다독이라고 하늘이 보내준 선물이다. 그런 하늘의 바람과는 상관도 없다는듯 마음 다독일 생각도 여력도 없다. 동동거리는 발을 앞세워 봄비 속으로 길을 나선다. 눈으로 마주치는 무엇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눈맞춤하는 족족 흠뻑 젖는다. 나라고 예외일순 없다.


봄비


심장에 맞지 않아도
사랑에 빠져 버리는
천만 개의 화살


그대,
피하지 못하리


*양광모의 시 '봄비'다. 봄비의 화살을 피할 까닭이 없음을 알고 있기에 일부러 수작을 건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발길따라 비는 흐르고, 고개숙인 백매는 향기를 빗물에 녹여 발길과 마주한다. 동백은 제 흥을 이기지 못하고 툭허니 떨어져버리고, 작약은 올커니 하면서 붉은 속내를 밀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비야 오든지말든지 광대나물의 시선은 이미 들판을 넘었고, 호기심 천국인양 큰개불알풀꽃의 눈망울은 아직 당도하지 못한 그리움을 기다리느리 눈을 부아린다. 헝크러진 마음마냥 풀어지는 작약의 속내는 결국 뜰보리수 새잎의 물방울에 함께 갇혔다.


봄 향기에 흠뻑 젖은 마음에 스며들 틈이 없는지 봄 향기 덜어내는 봄비가 자꾸만 흘러내린다.


매화

동백

작약

광대나물

큰개불알풀

목단

뜰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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