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 하나가 가지를 놓는다 한 세월 그냥 버티다보면 덩달아 뿌리 내려 나무가 될 줄 알았다"

보름을 지난 달이 앞산을 서성대며 넘어왔다. 달빛이 환한 봄 밤이었다. 봄맞이로 애절한 목소리의 노래를 듣는다. 흰머리가 잘 어울리는 가수다. 나이들어 더 깊어지는 마음 속 응어리를 툭 내뱉듯 터지는 노랫말이 마음에 걸려 숨쉬기가 버겁다.

역驛

잎사귀 하나가
가지를 놓는다
한 세월 그냥 버티다보면
덩달아 뿌리 내려
나무가 될 줄 알았다
기적이 운다
꿈속까지 따라와 서성댄다
세상은 다시 모두 역일 뿐이다
희미한 불빛 아래
비껴가는 차창을 바라보다가
가파른 속도에 지친 눈길
겨우 기댄다
잎사귀 하나가
기어이 또
가지를 놓는다

*노랫말을 찾아보니 김승기 시인의 역驛이라는 시에 장사익이 곡을 붙이고 부른 노래다.

무엇이 그토록 서럽게 남아 가슴에 얹히는 것일까. 딱히 이유를 알 수 없으니 그냥 나이들어가는 탓이려니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만 가는 시간 앞에 잠시 머물다 가는 기차나 한철 푸르렀다 지고마는 낙엽이나 다를바없음을 익히 알지만 때론 그 순간에 멈춰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침잠할 때도 있다. 

보앓이를 하는 것이다. 봄앓이는 한해를 살아갈 힘을 마련하는 약과도 같기에 거르고 지나가서도 안되고 시늉만 내서도 안되는 통과의례다.

"잎사귀 하나가 가지를 놓는다 한 세월 그냥 버티다보면 덩달아 뿌리 내려 나무가 될 줄 알았다"

하여, 난 지금 봄앓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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