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앵담 - 나른한 화요일을 깨우는 새콤달콤한 앵두 맛 이야기 요일들의 이야기 2
안영실 지음 / 헤르츠나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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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붉은 앵두 맛 같은 이야기들

지극히 짧은 이야기에서 긴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다많은 말을 한다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구구절절 풀어놓지 않아도 몇 마디 말로 전해지는 가슴 깊은 울림은 그 말이 담고 있는 감정과 의지를 충분히 공감할만한 준비가 되었을 때 가능해 진다말하기 보다는 듣기에 주목하고자신을 둘러싼 환경이나 조건의 변화와 같은 외부적 상황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심장의 반응에 주목할 수 있을 때 절제된 말이 가지는 참다운 의미를 알게 된다.

 

참으로 오랜만에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만났다나른한 화요일을 깨우는 새콤달콤한 앵두 맛 이야기이라는 작가 안영실의 화요앵담은 지극히 짧지만 긴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 이야기들로 묶어진 소설집이다일상의 익숙한 이야기를 펼치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작품들이 한 바구니에 가득 담겨 있다.

 

아리도록 단단한 57편의 이야기가 네 가지 테마로 묶여 잘 포장되어 있다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세월의 무게감을 적당하게 감당할 수 있는 이의 자전적 에세이를 대하듯 친숙한 이야기들이다기억 저편에 가물거리듯 존재하면서 불쑥불쑥 현실로 드러나는 추억이거나감정 이입된 특정 대상을 통해 잊어지길 강요받았던 생의 어느 한 자락자신이 속한 다양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온 시간과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무엇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강한 목적성을 내비치지 않고서도 절제된 이야기는 담고 싶은 감정의 깊이와 전하고 싶은 의지를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능숙하게 전달한다짧은 이야기를 짧게 읽지만 쉽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없는 긴 사색의 시간을 만들게 하고 있다글이 자체적인 힘을 가지는 경우가 바로 여기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등단 20년 차인 작가의 내공이 여실히 드러나는 글이라 여겨진다.

 

화요앵담’ 속 다양한 이야기는 새콤달콤한 맛에 취해 아무 생각 없이 앵두를 먹다 보면 꼭 단단한 씨앗을 씹게 된다는 작가의 표현 그대로 붉은 앵두 맛 그것과 꼭 닮아 있다새로운 희망으로 꿈을 꿔가는 봄,곁에 두고 틈틈이 펼쳐도 좋을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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