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먹물 놈들'

"사람들은 단지 사납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다스리기 어렵다는 것만 알지, 교양 있고 어진 사람들이 다스리기 더 어렵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사납고 어리석은 사람들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말하기를 "내가 정사政事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저들이 사납고 어리석어 교화하기 어렵습니다"라고 하면, 듣던 사람도 "원래 그렇습니다. 사슴 돼지 같거나, 나무나 돌과 같은 사람들을 그대라고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할 것이다."

*혜환惠寰 이용휴李用休의 산문 '골치 아픈 먹물 놈들'의 첫단락이다. 스스로 반성할 기회마저 가질 수 없는 그들에 대한 통찰이 엿보인다.

번역자 박동욱은 이 글에 등장하는 먹물 놈들에 대해 "이익이나 셈에 빨라서 남에게 앙보하거나 자신에게 손해를 입힐 행동을 하지 않는다. 뒤에서는 끊임없이 구시렁거리면서 저보고 하라면 발을 쏙 뺀다. 지식인이 넘쳐나는 요즘에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라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 '먹물 놈들'로 표현되는 무리 속에 자유롭지 못하다. 300년 전 사람 이용휴의 '골치 아픈 먹물 놈들'에 관한 이야기가 오늘에도 유용한 것이 못내 씁쓸하다. 어쩌면 겨울숲에서 이미 알맹이는 다 떠나보낸 고추나무 열매의 껍데기보다도 못하면서도 지식인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쓰고 스스로 반성할 기회마저 잃어버린 것으로부터 출발한 것은 아닐까. 탄핵정국과 맞물린 대선주자들의 행보도 이와다르지 않아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골치 아픈 먹물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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