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사람'

"'차거此居'는 이 사람이 이곳에 산다는 말이다. 이곳은 바로 이 나라 이 고을 이 마을이고, 이 사람은 나이가 젊으나 식견이 높으며 고문古文을 좋아하는 기이한 선비이다. 만약 그를 찾고 싶으면 마땅히 이 기문記文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쇠 신발이 다 닳도록 대지를 두루 다니더라도 결국 찾지 못할 것이다."

*혜환 이용휴의 산문이다. 이곳에 사는 이 사람은 누구일까. 이용휴는 이 사람에 대해 더이상의 다른 말이 없다.

궁금증에 결국 '이 사람'의 자리에 '나'를 대입해 본다. 어렴풋이 짐작되는 바가 없지는 않으나 이 또한 확실치 않으니 역시 아는 바가 미진한 까닭이리라.

비웠다. 무엇인가로 가득 채우기 위해 온 정성을 다했을 꽃의 진 자리다. 허망하거나 아쉬움이 아닌 뿌듯한 자부심의 자리로 읽힌다. 삶의 시간이 이와같아야 하는건 아닐까.

이 사람의 자리에 나를 대입해알고자 하는 것이 나라면 우선 이처럼 비워야하지 않을까. 스스로 젊다고 여기며 채우기에 급급했던 지나시간을 돌아본다. 나이를 든다는 것은 이렇게 스스로를 비워내는 일이고 대상과 조금 거리를 둘 수 있어야 하는 것임을 비로소 안다.

볕 좋은 봄날 오후, 짧은 글을 길게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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