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나들이
볕 좋은 봄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낯선 곳을 찾아가는 생소함을 어쩌지 못하면서도 선듯 길을 나선 것은 꽃 때문이다. 안내판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특별히 물어볼 사람도 없을 땐 그저 발품을 파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숲 속 복수초는 온 계곡을 노랗게 물들이고 씨를 맺는 개체까지 있다. 복수초의 계곡이라 칭해도 무방하리만큼 지천으로 피었다. 노오란 등불을 밝힌 하나하나에 눈맞춤하자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모든 들꽃이 언제 어느 곳에서 만나더라도 반가운 선두에 노루귀가 있다. 흰색, 분홍색에 청색까지 한자리에 피어 햇살을 받고 있다.


오늘 낯선 길을 작정하고 나선 것은 바람꽃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피는 변산바람꽃에 이어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에 꿩의바람꽃, 남방바람꽃 등 바람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양한 종류를 다 볼 수는 없을지라도 하나씩 만나면서 눈맞춤해가고 있다. 변산바람꽃은 이미 봤으니 다음으로 너도바람꽃을 보고 싶었다.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찾느라 한동안 숲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그만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눈에 들어온다. 제자리에 서서 주변을 여러개체가 눈에 띈다.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에 꿩의바람꽃까지 한자리에서 세 종류의 꽃을 한꺼번에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활짝 열어젖힌 꽃봉우리 가운에 노오란 꽃술이 둥근원을 만들어 독특함을 보여주는 너도바람꽃과 많은 꽃잎을 일사분란하게 펼치면서도 대칭을 이루는 꿩의바람꽃을 처음으로 만났다. 지난해 추위 속에서 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밉상이었던 만주바람꽃이 노오란 꽃술을 가득 품고 빙그레 웃고 있다.


제법 긴 시간을 숲에서 보냈다. 여느 꽃나들이와는 달리 북적대는 사람도 만나지 않고 편안하고 행복한 꽃과의 눈맞춤을 했다.


복수초

복수초

노루귀

노루귀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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