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0일


시간이 겹으로 쌓이는 동안 수 백년을 한 자리에 살았다. 곁을 내 주었던 그들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버거웠지만 여전히 대를 이어오는 그들이 있어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음을 안다.

정월 대보름 어떤이가 두손 모아 합장하고 간절한 소망을 담은 꼬까신을 올려 놓았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한해를 살아가는 동안 이 순간만큼 떨리는 가슴일 때가 없다. 그 꼬까신 위에 살포시 상서로운 봄 눈이 내렸다. 하늘의 마음이 꼬까신을 놓아둔 이의 마음에 응답하는 일이라 믿는다.

3월 10일 출근길 그 나무 앞에 멈추어 꼬까신에 오랫동안 눈맞춤 하며 간절함을 담았다.

1980. 5.18, 1987. 6.10, 2017. 3. 10 
내 눈으로 지켜본 역사의 그날이다. 살아 생전 오늘과 같은 날이 또 올까 싶을 정도로 의미가 크고 깊고 넓다. 고비마다 내딛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서로 닿아 만들어낸 일이기에 오늘을 기억한다.

이제 다른 출발이기에 지금까지 왔듯 그렇게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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